‘수비 좀 해!’ 르브론이 PO 무대에서 사라질까

입력 2019-03-05 17:34 수정 2019-03-05 17:56
사진=AP뉴시스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슈퍼스타를 봄농구에서 볼 수 없게 될까. 르브론 제임스(35·LA 레이커스)가 2년차였던 2004-2005시즌 이후 14년 만의 플레이오프 탈락 위기에 빠져 있다. 까마득한 후배가 수비를 충실히 하지 않는 그를 밀치는 굴욕적인 장면도 나왔다.

레이커스는 5일(한국시간) 현재 30승 34패를 기록하며 서부 콘퍼런스 10위에 그쳐 있다.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8위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5.5경기차로 격차도 적지 않다. 시즌 중반 제임스를 중심으로 카일 쿠즈마, 론조 볼 등 신예들이 분전하며 서부 4위까지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성적이다.

최근 당한 패배의 내용도 나쁘다. 레이커스 입장에서는 2일 동부 최강 밀워키 벅스에 패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3일 서부 최하위권인 피닉스 선즈에도 패했고, 5일 연고지 라이벌 LA 클리퍼스에도 지며 3연패에 빠졌다. 레이커스는 최근 9경기 2승7패의 부진에 빠졌다. 자연히 제임스에게 비판이 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임스는 피닉스전에서 41분이나 뛰면서 27득점에 시즌 최다 타이인 16어시스트를 기록하고도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클리퍼스전에는 그보다 더 많은 43분을 뛰며 팀내 최다인 27득점을 올렸지만 105대 113으로 패했다.

부진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제임스의 수비 공헌도다. 제임스는 최근 수비보다 공격에 힘쓰는 성향이 짙어졌다. 노장이 되고도 여전히 35분이 넘는 긴 출장시간을 유지하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덕분에 제임스는 경기당 평균 27득점 8.7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전성기 시절에 전혀 뒤지지 않는 성적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제임스가 패배의 원인이 될 만큼 수비를 등한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적인 예는 지난달 26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전에서 나왔다. 레이커스는 경기 종료 2분 30여초를 남기고 4점차로 뒤진 채 수비에 임했다. 페인트존에 홀로 서 있던 제임스는 멤피스의 포워드 브루노 카볼로가 3점슛 라인에서 혼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머지 넷이 각자 전담한 선수를 막고 있는 상황이기에 제임스가 카볼로에게 붙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임스는 그대로 서 있었다. 결국 동료의 패스를 받은 카볼로는 여유 있게 3점슛을 성공시키며 점수 차를 7점차로 벌렸다. 이처럼 골밑에서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이 1쿼터부터 수차례 포착되기도 했다.
5일 LA 클리퍼스전에서 카일 쿠즈마가 다닐로 갈리나리를 향해 르브론 제임스를 밀치기 직전의 모습. 이 상황 직전 쿠즈마는 제임스와 부딫혀 수비 중이던 갈리나리를 놓쳤다.=트위터 캡쳐

5일 클리퍼스전에서는 2년차 신예 카일 쿠즈마(24)가 ‘수비 좀 하라’는 듯 그를 밀치는 장면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경기 중 제임스가 전담 마크맨 없이 페인트존 안에 서 있다가 클리퍼스의 다닐로 갈리나리를 막던 쿠즈마와 부딪혔다. 결국 쿠즈마는 갈리나리를 놓치게 됐다.

갈리나리가 수비수의 방해 없이 슛을 쏘려고 하자 쿠즈마는 갈리나리를 향해 제임스의 등을 밀쳤다. 쿠즈마의 손에 밀려나간 제임스가 갈리나리를 향해 점프했고 다행히 갈리나리가 쏜 슛은 림을 맞고 튀어나왔다.

한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마이애미 히트에서 발휘했던 제임스의 리더십이 레이커스에서는 먹히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임스는 지난 1월 말 “팀과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뉴올리언즈의 센터 앤서니 데이비스를 레이커스에 데려오고 싶다는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레이커스는 뉴올리언즈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오른 브랜든 잉그램이나 쿠즈마, 볼 등이 모두 레이커스의 핵심 유망주였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사기가 흔들리며 팀 케미스트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