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 성접대 사건’ 증언한 윤지오가 받았던 수상한 조사

입력 2019-03-05 16:28 수정 2019-03-05 20:28

‘배우 고(故) 장자연 성접대 사건’을 증언했던 배우 윤지오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당시를 폭로했다. 그는 새벽시간에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심리적 압박을 느끼며 증언을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지오는 지난해 여러 방송에 등장해 익명으로 사건 증언을 한 인물로,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지오는 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장자연이 세상을 떠났던 2009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가해자가 움츠려 들고 죄의식 속에 살아야되는데 피해자가 오히려 책임감과 죄의식을 갖고 사는 현실이 한탄스러웠다”며 “이젠 바뀌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용기를 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2009년 장자연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유서에 “나는 힘없는 신인 여배우라 성접대를 강요당했다”고 적었다. 여기에는 일명 ‘장자연 리스트’로 불리는 성접대를 강요한 이들의 명단이 들어있었다. 대기업 회장, 기자, PD, 언론사 사주 등이 포함됐다.

윤지오는 당시 “장자연이 당한 성추행 피해를 직접 목격했다”고 증언했고 참고인 신분으로 13차례나 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 조사를 매일 밤 10시 이후부터 새벽까지 받았다”며 “그마저도 부실했다”고 전했다.

참고인 조사를 새벽에 진행하는 것은 드물기 때문에 진행자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윤지오는 “혼자 한국에서 생활했고, 스무살이 갓 넘은 어린 나이에 그런 공간에 가는 게 처음이라 원래 그 시간에 하는 줄 알았다”며 “한 번도 왜 이 시간에 진행하냐고 물어본 적 없다. 그 당시에는 ‘그게 당연한가보다’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지오는 참고인 조사 내내 “전직 기자 조모씨가 술자리에서 장자연을 성추행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그는 “내 기억 속 인물은 한 번도 번복된 적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21살이었던 윤지오가 느끼기에도 수사는 부실했다. 일관된 진술을 이어오던 그가 단 한 번 경찰의 질문에 답하지 못한 적 있다고 했다. 경찰이 사진 여러 장을 펼쳐놓으며 가해자를 지목하라고 했지만 하지 못했다. 이들 중 윤지오가 특정한 조씨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지오는 “내 진술이 엇갈린게 딱 하나 있다면 그 때였다”며 “내 머릿속 인물은 항상 같았는데 경찰이 제시한 자료만 보다보니 헷갈렸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 없이 많은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늘 ‘이게 왜 중요한가’ 싶었다고 했다. 윤지오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피해자가) 무슨 구두를 신었느냐”는 식의 질문을 밤새했다.

이 마저도 편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윤지오에 따르면, 그가 목격자 진술을 할 때 가해자가 옆에 앉아있었다. 가해자는 그가 진술을 할 때마다 비웃으며 압박을 가했다. 그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꼈다”며 “그 좁은 공간에 모든 수사관이 남자였다”고 털어놨다.

뉴시스

이 고된 과정을 그가 참고 견뎌낸 이유는 동료 죽음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다. 하지만 관련자 처벌은 없었다. 윤지오가 특히 분개한 지점이다. 그는 “(성접대) 관련 인물 중 대표 한 사람 빼고는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윤지오는 진술을 한 후 잃은 게 더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린 나이라서 캐스팅에서 의도적으로 제외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며 “그러나 몇 년 후 감독님에게 직접적으로 ‘사건 증언을 한 걸로 알아서 캐스팅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