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낮은 성장에 걱정

입력 2019-03-05 13:54 수정 2019-03-05 14:05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12년 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소득을 기준으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냥 환영하기엔 이르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명목 성장률이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면서 체감 성장률은 낮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1349달러로 전년(2만9745달러)보다 5.4% 늘었다. 달러 기준으로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화 기준으로 보면 3449만4000원으로 전년대비 2.5% 올랐다.

1인당 GNI는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총소득을 인구로 나눈 통계다. 보통 한 나라의 국민 생활 수준을 보여준다. 여기에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2만795달러) 2만 달러를 돌파하고 3만 달러 고지를 밟기까지 12년이 걸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이유로 다른 국가에 비해선 다소 시간이 걸렸다. 일본과 독일은 5년, 미국과 호주는 각각 9년이 걸렸다.

<자료 : 한국은행>

다만 연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2.5%를 유지하면 4만 달러를 달성하는 시간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4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2%면 2027년이다.

문제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소득을 성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은 2.7%였다. 1월 나온 속보치와 같았다. ‘2년 연속 3%대 성장'도 달성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3.1%로 3년 만에 3%대 진입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2%대로 내려갔다.

민간소비는 2.8%로 2011년(2.9%) 이후 가장 높았고 정부 소비는 5.6%로 11년 만에 최고였지만 건설투자는 -4.0%로 1998년(-13.3%) 이후 가장 낮았다.

설비투자 역시 -1.6%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7.7%) 이후 최저였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는 개선돼 1월 속보치(-1.7%)보다 소폭 상승했다. 수출도 4.2%로 속보치(4.0%)보다 늘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명목 GDP는 지난해 1782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이는 지난 1998년 -1.1%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실질 GDP 성장률이 같더라도 명목 GDP 성장률이 낮으면 경제주체의 체감경기는 하락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계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물가가 오르면 소득 증가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도 영업이익이 덜 늘어난 것으로 느끼게 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