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 강원희 교수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가운데 하나인 ‘블랙 아이보리 커피(Black Ivory Coffee) 일명 ‘코끼리똥 커피’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5일 강원대에 따르면 ‘블랙 아이보리 커피’는 코끼리의 배설물에서 골라낸 원두로 만든 커피로, 사향고양이 배설물에서 커피 씨앗을 채취하여 만든 ‘루왁 커피’와 비슷하다. 이 커피 생두는 코끼리의 위를 통과하면서 커피의 쓴 맛을 내는 단백질 성분이 분해되는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코끼리똥 커피’는 쓴 맛이 거의 없이 달콤하고 목 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코끼리는 사람들이 찾기 힘든 곳이나 강물에 배설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코끼리에게 33㎏의 커피 열매를 먹여야 단 1㎏의 원두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효율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년 생산량도 200㎏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이 커피는 1㎏에 1800달러(200만원)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강 교수가 개발한 생산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생산량을 4배 가량 늘렸고, 강원도 고성군의 해양심층수 미네랄을 활용해 커피생두의 품질도 향상시켰다.
캐나다 출신 블레이크 딘킨(Blake Dinkin)이 개발한 기존의 생산방식은 커피열매를 말린 후 사탕수수, 바나나 등과 섞어 코끼리에게 먹여 얻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코끼리는 말린 커피 열매를 소화시키지 못해 커피 생두가 으깨지지 않고 원형 그대로 배출된다.
강 교수는 커피 열매의 과육부분을 제거한 생두를 사탕수수, 바나나 등과 섞어 코끼리에게 공급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33㎏ 당 4㎏의 커피를 생산했다. 생두 외벽의 점액질이 완전히 제거되고 쓴 맛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분해되는 과정을 통해 커피 원두의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강 교수는 지난해 ‘코끼리똥 커피’ 생산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지난달에는 네팔 현지에서 시험 생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국내 백화점과 제품 생산·공급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며, 미국, 독일, 중국 등지의 바이어로부터 가격과 공급량 등에 대한 문의와 협상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강 교수는 “커피 판매 수익금 일부는 코끼리와 야생동물 보호단체에 기부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