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에 반발하는 시민단체가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는 근로소득자와 사업자간 세금 형평성을 악화하고 지하경제를 활성화시켜 경제 전체의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5일 최근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언급한 경제부총리 발언에 대해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를 넘어 주요 선진국의 3배에 이른다”면서 ”자영업자들의 과표 양성화를 위해 도입한 애초 취지가 거의 달성되었다는 정부의 인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사업자의 탈세를 막고 세원을 효율적으로 파악하겠다며 1999년 8월 도입된 것으로 현행법상 올해를 끝으로 폐지하게 된다.
그러나 ‘폐지 여부’를 두고 찬반이 엇갈렸다.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득공제를 폐지해도 세원 확보에 문제가 없도록 시스템이 구축된 만큼 폐지해도 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현재 시민단체들은 소득공제 폐지를 ‘사실상 증세'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납세자연맹도 홍 부총리 발언을 두고 “높은 지하경제 비중하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나 폐지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6일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2018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800만명 중 968만명이 22조원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았다. 이는 근로소득자들이 연말정산으로 환급받은 금액 중 가장 비중이 크다.
납세자연맹은 “현행 소득세법은 물가연동이 되지 않아 임금이 물가인상률보다 적게 올라 실질임금이 감소돼도 소득세가 증가하고, 임금이 동결돼도 매년 건강보험료 요율이 올라 건강보험료를 더 납부하는 등 가처분소득이 감소하고 있다”며 “다른 선진국과 같이 과세표준을 물가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세제’를 실시해 불합리한 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연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증세를 하는 것”이라며 “근로자가 이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담세능력뿐만 아니라 공정한 과세,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공동체를 위해 사용된다는 정부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