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장자연 성추행 사건을 직접 목격해 증언해왔던 사람이 동료 배우 윤지오인 것으로 드러났다. 배우 윤지오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1분 후부터)’에 출연해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이는 장자연 사망 10주기를 맞아 마지막 증언에 나선 것이라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서 윤지오는 재조사 소식이 전해졌을 때 JTBC와 MBC PD 수첩 등과 인터뷰했지만 가명에 얼굴도 가리고 목소리 변조까지 하지 않았느냐는 김어준의 질문에 “부득이하게 그렇게 살아왔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사건이 불거진 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언론에 시달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는 늦은 시간에 시작해 새벽까지 이뤄졌다고 전했다. 대략 몇 시쯤이냐는 질문에 빨라야 밤 10시라고 답해 김어준을 놀라게 했다.
캐스팅에서 제외됐었냐는 질문에 윤지오는 “어린 나이라 그런 생각을 못 했었다”며 “그러나 최근 감독들에게 장자연 사건의 증인이었던 사실을 알고 있다. 그것 때문에 캐스팅 안 된다는 얘기를 듣게 되면서 깨닫게 됐다”고 답했다.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는 숨어서 살아야 하는데 가해자들은 떳떳하게 사는 걸 보면서 억울한 심정이 들었다”고 답했다. 김어준은 윤지오가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윤지오는 장자연 문건을 직접 보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가족과 소속사 대표 사이에 전달자 역할을 했다고 한 윤지오는 “소속사 대표가 나에게도 남긴 글이 있다고 해서 소각되기 전에 봤다. 그곳에서 언론사 관계자 이름을 봤고 이는 검찰과 경찰에서도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한 언론사의 동일한 성을 가진 3명이 거론된 것을 기억한다”고 한 윤지오는 “기억 속 인물이 바뀐 적은 없지만, 진술이 엇갈린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인물을 지목하는 과정에서 제시한 사진이 없다고 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지오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서 가해자가 언론사나 이름을 말하지 않아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검찰이나 경찰이 사진을 제시하면 가해자를 지목하는 방식인데 경찰이 제시한 사진은 몇 년 전 사진이거나 다른 인물처럼 보이는 사진이어서 윤지오가 본 가해자는 찾을 수 없었다는 설명했다.
윤지오는 조사받는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감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처음부터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저는 증언을 하는 목격자의 입장인데 진술을 할 때 바로 옆에 가해자가 있고, 그 와중에서 진술하고, 내가 진술을 할 때 비웃고 그랬다”며 “그 좁은 공간에서 남자만 있었는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증언을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놀란 김어준이 “윤지오씨가 진실을 말하는데 비웃었냐”고 되물었고 이에 윤지오는 “그랬다”고 답했다. 이어 윤지오는 “그래서 내가 뭐가 웃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답을 하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윤지오는 또 참고인 조사 당시 한 언론사의 차량이 자신을 미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어준은 “혹시 사건에 연루된 언론사냐”고 물었고 윤지오는 “그 언론사가 맞다”고 답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