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회 블루’ 실종과 한국 미세먼지 대란, 그 상관관계는

입력 2019-03-05 04:30
지난해 3월 28일 양회가 끝난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한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뉴시스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의 시작을 알리는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세계 대기오염 조사기관 에어비주얼 기준으로 186㎍/㎥을 기록했다. 당국은 일대에 오렌지색 경보를 발령했다. 양회 이틀째인 4일에는 한때 베이징 초미세먼지 농도가 415㎍/㎥까지 치솟았다. 일부 지역이긴 했지만 초현실적일 만큼 높은 수치였다.

‘양회 블루’를 기다린 베이징 시민들의 기대를 단숨에 깨뜨린 최악의 스모그였다. 양회 블루는 매년 중국 정부가 양회 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을 폐쇄하며 공기질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1년 내내 대기질이 좋지 않은 베이징에서 그나마 깨끗한 하늘을 볼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그러나 수치가 보여주듯, 올해 베이징에서 ‘양회 블루’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양회가 열리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모습. 뉴시스

중국 정부는 국제적인 시선이 모이는 행사가 열릴 때면 ‘푸른 하늘’을 연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시작된 ‘블루 공정’은 2014년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2015년 전승절 열병식에도 이어졌다.

전국에서 5000여명이 대표가 베이징을 찾는 최대의 정치 이벤트 ‘양회’ 기간에도 마법같이 청명한 하늘이 펼쳐진다. 지난해 3월에도 양회 개막이 맞춰 베이징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 정부가 성내 기업들에 공장 가동 중단을 지시하고, 고강도 교통통제를 하며 양회 블루를 연출했다. 약 열흘간 푸른 하늘을 자랑했던 베이징은 양회가 끝나자마자 초미세먼지(PM 2.5) 농도 160㎍/㎥를 넘어서며 다시 스모그로 뒤덮였다.

올해 양회 블루가 실종된 것은 중국의 경제위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장기간 지속된 미‧중 무역전쟁과 경제둔화의 여파로 중국 경제는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회 기간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 6.5%에서 6% 초반대로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열린 지방 양회에서 베이징과 상하이는 지난해 6.5%였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6.0~6.5%로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돌아가는 공장을 멈춰 세울 만큼의 여유가 중국 당국에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가 곧바로 양회 블루의 실종 및 스모그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9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4일 오후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직격탄은 우리나라도 맞았다. 중국에서 양회가 열리는 4일 우리나라는 극심한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았다. 오후 6시 현재 서울 영등포구 측정소를 기준으로 미세먼지(PM 10) 농도는 ‘매우나쁨’ 수준인 182㎍/㎥,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매우나쁨’ 수준인 131㎍/㎥으로 측정됐다. 평소보다 6배 정도 높은 수치다. 이날 초미세먼지 최고값은 경기 203㎍/㎥, 인천 177㎍/㎥, 충남 198㎍/㎥, 충북 171㎍/㎥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14일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 124㎍/㎥를 기록하며 관측 이래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던 당시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이중 몇 퍼센트가 중국에서 넘어온 오염물질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매년 양회기간이나마 반짝 누리던 중국발 맑은 공기가 올해 중국 사정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국발 스모그 유입에 대기정체까지 이어지며 5일까지 한반도에는 최악의 대기 상태가 지속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5일 수도권·강원영서·충청권·광주·전북은 ‘매우나쁨’, 그 밖의 권역은 ‘나쁨’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