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 좋은데 몸매가…” 서울대 교수들, 일상처럼 성희롱

입력 2019-03-04 17:41

4일 서울대학교 입학식장이 소란스러워졌다. 이 학교 서어서문학과 A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이다. A교수가 여학생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서울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4일 오후 1시30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가 세상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A교수 파면 결정을 조속히 이끌어 내야 한다”며 “성추행을 저지른 교수에게 3개월 쉬고 돌아오라고 명하는 곳이 과연 고등 교육기관으로 불릴 수 있나. 학문을 하고 진리를 탐구한다는 대학이 여전히 보편적 인권 기준조차 세우지 못하고 학생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문과는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나 고발하는 사람을 압박했다”며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일을 없던 일처럼 포장했다”고 주장했다. 학과 측에서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한 움직임을 포착한데 따른 지적이다.

참을 수 없었던 교수의 성폭력

지난달 6일 서울대학교에 대자보가 붙었다. A교수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미투 폭로였다. 대자보를 쓴 B씨는 “그는 호텔 바에서 내 허벅지 안쪽에 있는 화상 흉터를 보고 싶어 했고 안 된다고 했는데도 스커트를 올리고 다리를 만졌다. 버스에서 자고 있을 때 뒷좌석에서 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만진 적도 있고, 수시로 내 어깨와 팔을 허락 없이 주무르기도 했다”며 “그는 또 내 사생활을 통제하려 해서,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사전에 허락받을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지난해 서울대 인권센터에 A교수를 고발했다.

A교수는 “다리에 감긴 붕대를 만졌다” “피로를 풀라는 의미에서 지압을 해줬다” 같은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인권센터는 A교수의 범행이 사실이라고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21일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처녀는 부담되고 유부녀가 좋아… 또 다른 가해자들

인권센터 조사과정에서 서어서문학과 또 다른 교수들의 성폭력이 드러났다.

한겨레 4일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인권센터 결정문에는 그동안 숨겨져 있었던 성폭력 피해사실이 담겨있다. C교수의 ‘방실이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7년 여성 대학원생에게 “너는 다 좋은데 몸매는 방실이”라고 말했다. “내 다리가 어때서요”라고 답하자 “그냥 방실이 아는지 궁금해서 물어 본거야. 너희들이 방실이를 알리가 없잖아”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D교수는 서울대 교직원 주차장에서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중년 여성을 보고 “저런 차는 좋은 남편이나 만나서 취미로 공부하는 여자가 몰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살 빼라, 운동 열심히 해라” “나는 처녀는 부담되고 유부녀가 좋다” “바보같이 A교수가 (미투에) 걸렸냐”라고도 했다.

E교수는 2016년 스토커 문제로 고통받는 학생에게 “스토커가 있는 것을 좋게 생각하라”며 “예뻐서 그런 거니 걱정 하지 마라”고 했다.

F교수는 2017년 서울대 인문대학에 꽃 심는 동아리 이름을 ‘화류계’로 지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여성과 남성을 암탉과 수탉에 비유하면서 ‘일부다처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하거나 누군가 반박하면 “너 페미니스트냐”라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불륜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화류계는) 꽃 화에, 종류할 때 류. 꽃 종류를 가꾸는 모임이다. 말을 재밌게 하려고 한 것이다. 내가 지은 것은 아니고 다른 선생이 지은 것”이라며 “성희롱적인 작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일부다처제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발언은 한적이 없다. 악의적”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여자가 스물다섯 살 지나면 꺾어지는데 너희는 지금이 최고다” “타학교 여학생은 어차피 교수 시킬 생각도 없어” “남편이 돈을 버는 여자 강사를 제외하자” 등이 결정문에 포함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