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면부터 불편했던 황교안·이정미, 아픈 곳 건드리며 설전

입력 2019-03-04 17:1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이정미 정의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정의당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거론하며 설전을 벌였다.

공안검사 출신의 정치 신인인 황 대표와 오랜 진보정치 활동 이력을 지닌 이 대표가 상견례 자리부터 날선 신경전을 벌이며 맞선 모습이다. 두 대표의 설전이 향후 두 당의 불편한 관계를 예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황 대표를 만나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뭔가 보수가 앞으로 나가기보다 뒷걸음 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많이 접했다. 국민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라며 가시 있는 말을 전했다. 그는 한국당발(發) 5·18 민주화 운동 폄훼 막말 논란과 관련해서도 “너무 많은 국민들이 해당 의원들의 발언에 놀랐다. 헌법적 가치에 기초한 한국당의 책임 있는 조치가 곧바로 있어야 한다”고 쓴 소리를 던졌다.

황 대표는 “10분 환영사에 감사하다”고 답변하더니 곧바로 “정의당은 김경수 경남지사 댓글조작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응수했다. 정의당이 김 지사의 1심 선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정의당은 앞서 드루킹 특검 수사 과정에서 당의 간판 역할을 하던 노회찬 의원이 드루킹 연루 의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겪었다.

이 대표가 “재판 중인 사항”이라고 답했지만, 황 대표는 “그 부분을 어떻게 보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 대표는 “재판을 더 봐야한다는 것이고, 김 지사의 법정구속은 과하다고 본다”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관련 정의당 입장을 다시금 밝혔다.

황 대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조작 사건과 김 지사 사건을 비교해 보셨죠?”라며 설전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정부 기관이 직접 나서 댓글공작을 벌인 일과 특정 사인(私人)이 권력에 접근해 댓글조작을 벌인 일의 차이는 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굳은 표정으로 “황 대표께서 오셔서 드루킹 사건을 꼭 집어 말씀하시는 것이 저로서는 놀랍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