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화물선이 낸 접촉사고로 부상을 당한 피해 선박의 선장 A씨(61)가 “아수라장이라는 표현도 모자랄 정도였다”고 4일 뉴스1에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씨그랜드호(5998t·승선원 15명)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40분쯤 부산 남구 용호항 화물부두에서 출항한 직후 인근 계류장에 정박 중이던 요트 등 선박 3척과 접촉사고를 내고, 이어 광안대교 하판을 들이받았다. A씨는 씨그랜드호와 부딪힌 요트 ‘마이더스호’의 선장이다.
A씨는 “접촉사고 당시 바지선에 서 있던 기관장은 넘어지면서 갈비뼈를 다쳤고 나도 어깨 부상을 입었다”며 “다른 선원 1명도 허리를 다쳤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요트의) 일반 승객은 하선한 뒤였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고 덧붙였다.
씨그랜드호는 요트와 충돌한 뒤 30여분간 멈춰있다가 다시 움직인 지 6분 만에 광안대교를 들이받았다. A씨는 “당시 바람 세기가 강했고, 요트 계류장 쪽으로 불어왔기 때문에 씨그랜드호가 계속 멈춰 있었다면 추가 접촉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면서도 “하지만 광안대교로 무리하게 돌진한 것은 선장으로서 이해가 안 된다.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3일 “도주 가능성 등이 인정돼 법원이 씨그랜드호의 선장 B씨(43)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B씨는 해사안전법위반(음주 운항), 업무상과실선박파괴(요트 파손), 업무상과실치상(요트 승선원 상해) 등의 혐의를 받는다. 해경은 B씨의 음주운항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다.
사고 당일 해경이 음주측정을 한 결과 B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86%였다. 해사안전법상 해상 음주운항 단속 기준은 0.03%다. 혐의 대부분을 인정한 B씨는 음주운항 의혹은 부인하며 “평소 심장이 좋지 않은데 사고 후 통증이 와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꼬냑 1잔을 마셨다. 선원들이 사고 이후에 술을 마신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