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대표 경선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당직을 맡지 않고 지역구 관리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 전 시장의 지역구는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년 가까이 왕좌를 지키고 있는 서울 광진을이다. 보수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당심 확보’가 급선무라는 것이 이번 전대에서 입증된 만큼, 차기 총선에서 여권 거물을 상대로 한 승리가 절실해졌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역구로 다시 돌아가겠다”며 “서울 시내에서 지역구가 생긴 이래로 단 한 번도 (보수 정당에서)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지역이 광진을이다. 여기에서 당선되는 것만이 나라와 당을 위한 충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당혐위원장 교체 당시 추미애 전 대표를 겨냥해 오 전 시장을 광진을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광진을 지역은 당대표 경선보다 더 어려운 지역이다. 당협위원장에 내정되고 나서 바로 전대를 치르는 바람에 제대로 가보지도 못했다”며 “앞으로 지역구 일정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지역구 행보는 예상된 수순이다. 당장 지역구 관리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다. 오 전 시장은 입당하면서 맡은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에서도 물러난 상태다. 당내에서는 황교안 신임대표 측이 지명직 최고위원에 오 전 시장을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얘기도 나왔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황 대표 캠프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공식 제안은 없었다”며 “대표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사람에게 최고위원을 제안하면 받을 수 있겠나. 경우에 맞지 않다”고 전했다.
오 전 시장은 전대에서 전체 득표의 31.1%를 얻은 2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보였지만 당원 투표에서는 22.9%의 지지를 받으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드러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합리적 보수 인사로서의 입지를 인정받았지만 당원들 사이에 박혀있는 ‘보수 몰락의 단초’라는 이미지는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여전히 보수 진영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오 전 시장의 서울시장직 중도 사퇴가 몰고 온 나비효과가 보수 진영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회자된다.
한 한국당 의원은 “오 후보가 노리는 것은 결국 대권이다. 아무리 여론조사 1위여도 지금 같은 당심으로는 당내 경선 통과도 어렵다”며 “차기 총선에서의 승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으로의 탈당 이력 등 갈지자 행보와 당이 어려울 때 돕지 않고 ‘꽃길’만 걸으려고 했다는 비판도 오 전 시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한국당 관계자는 “오 전 시장이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등 그간 자신의 희생을 요구하는 지점에서는 이를 피하고, 계산하는 듯한 모습만 보였다”며 “다음 총선에서 ‘험지’에 나가 당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우삼 이형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