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마음을 잡아라! 공격수 전국시대 개막

입력 2019-03-03 16:37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뉴시스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A매치 명단 발표를 앞두고 공격수들이 모두 소속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오는 11일 3월 A매치에 나설 23명의 정예요원을 발표해 18일 호출한다. 오는 22일과 26일 차례로 맞붙을 남미의 강호 볼리비아 및 콜롬비아와의 2연전을 위해서다.

벤투호의 붙박이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 중인 황의조의 발끝은 여전히 무섭다. 2일(이하 한국시간) 일본 J리그에서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감바 오사카는 황의조의 활약 덕에 시미즈 S 펄스를 4대 2로 꺾으며 개막전 패배의 설움을 씻었다. 이젠 강등권 싸움을 넘어 중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지난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황의조의 백업 요원으로 활약했던 지동원은 부활을 신고했다. 2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 2018-2019 독일 분데스리가 24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24분 선제골에 이어 후반 22분 추가골까지 멀티골을 터뜨렸다. 지난 16일 바이에른 뮌헨전에서도 득점을 맛보더니 보름만에 또다시 매서운 골 감각을 과시했다.

그에 대한 대표팀 선발 여론이 싸늘한 시점이라 의미가 크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지동원을 뽑아 든 벤투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평가됐다. 당시 지동원은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필리핀전 이후 전 경기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단 한 번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교체 카드가 힘을 쓰지 못하다 보니 벤투 감독의 전술적 다변화 역시 유기적일 수 없었다. 벤투 감독은 아시안컵 최종명단에 지동원을 포함하며 “황의조와 다른 유형의 장점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는데, 이젠 대표팀에서 그것을 증명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벤투 감독에게 만회할 기회를 받는 것이 첫 번째다.

권창훈. 뉴시스

나란히 프랑스 리그앙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권창훈과 석현준도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받고 있다. 권창훈은 지난해 5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었다. 힘겨운 재활 끝에 돌아온 직후 최근 디종이 치른 리그 여덟 경기와 쿠프 드 프랑스(컵대회) 두 경기에 연속 출장했다. 주전 입지를 탄탄히 굳힌 권창훈은 리그와 컵대회에서 각각 한 골씩 기록하며 서서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석현준은 벤투 감독이 10월과 11월 A매치에서 소집해봤던 선수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벤투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철학에 대해 잘 안다. 상대적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전술적 이해도가 높다는 뜻이다. 지난 아시안컵에서는 지동원에게 밀려 탈락했지만 3월 A매치는 그 설움을 씻어낼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권창훈과 석현준 모두 각각 25세, 2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이 제한 사항으로 꼽힌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내다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활용하기에는 문제가 된다는 얘기다. 권창훈은 2017년 프랑스 무대에 입성할 당시 입대 시점을 2020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예 공격수 나상호는 지난 23일 새로 이적한 J리그 FC도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대표팀 선배이기도 한 장현수가 그의 빠른 적응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만큼 서서히 입지를 넓혀갈 전망이다. 무엇보다 23세의 어린 선수인 만큼 장기적으로 내다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황희찬과 이승우 역시 소속팀 독일 함부르크와 이탈리아 헬라스 베로나에서 제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오는 3월 A매치는 대표팀의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 김판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3월 친선경기는 아시안컵 이후 새롭게 팀을 정비하는 한편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월드컵 예선에서 활용할 선수들을 발굴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부적인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공격수에게만 많은 카드를 소비할 수 없는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이들 가운데 뽑히지 못할 선수도 있다. 모든 것은 벤투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