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송유관 폭발 50여명 실종…‘검은 황금’, 빈곤층엔 저주

입력 2019-03-03 11:42 수정 2019-03-03 11:47
나이지리아 넴베 지역의 송유관에서 1일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이 사고로 송유관 근처에 있던 주민 50여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검은 황금이라고 불리는 ‘석유’가 빈국엔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 치안이 불안한 산유국에서 석유를 챙기려던 시민들이 사고를 당하는 일이 끊이질 않고 있다.

나이지리아 남부 넴베 송유관에서 원유가 유출된 뒤 발생한 폭발사고로 5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2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인근 주민들이 송유관에서 새는 기름을 수거하기 위해 몰려들었다가 갑작스러운 폭발에 휘말린 것으로 추정된다.

운영사에서 석유 도난 사실을 알고 유정을 끌 때 송유관 내부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AP통신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열된 송유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넴베 송유관을 운영하는 나이지리아 아이테오 그룹은 폭발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아지프, 나이지리아 오안도, 셸 석유개발회사(SPDC)도 넴베 송유관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지난 1월에도 유조차가 폭발해 12명이 사망했다. 나이지리아 남동부 오둑파니 지역을 운행하던 유조차가 전복돼 기름이 새어 나왔다. 인근 주민들이 유조차 탱크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챙기기 위해 몰려들었다가 화를 입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최대 석유 생산국이다. 동시에 인구의 40% 이상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빈곤층은 석유 송유관과 유조차에서 새는 기름을 모아 팔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설비 파괴, 절도, 불법 정제도 도처에서 벌어진다.

나이지리아 뿐 아니라 석유 매장량은 많지만, 치안과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에서는 송유관 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멕시코에서도 지난 1월 송유관에서 새는 연료를 얻기 위해 몰려든 주민 130여명이 송유관 폭발에 휘말려 사망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