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실종 후 파티 참석…‘시신 암매장’ 용의자 둘, 엇갈린 진술

입력 2019-03-03 10:30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암매장된 채 발견된 시신과 유력 용의자 2명. 15개월째 미궁에 빠진 사건의 진범을 찾을 수 있을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홀리스터에서 발생한 동양인 여성 살해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피해자는 1999년 한국에서 이주해온 김선희(가명)씨. 김씨의 시신이 홀리스터의 한 협곡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되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발견 당시 시신은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얼굴과 머리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보아 둔기에 의해 가격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늘 성실히 세탁소를 운영했던 김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지인들은 크게 충격받았다. LA에 살고 있던 김씨의 두 딸도 마찬가지였다.

딸들은 시신이 발견되기 한 달 전쯤 아버지에게 전화해 어머니의 행방을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한국에 갔다.” 친척에게 전화를 돌렸지만 김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재력가였던 김씨 부부는 보안이 철저한 집에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이 김씨 자택을 방문했을 때 나온 것은 김씨의 남편 지현우(가명)씨와 이종사촌 최민주(가명)씨였다.

경찰은 집 바닥을 표백제로 닦고 있던 최씨의 수상한 행동에 주목했다. 최씨가 닦고 있던 부엌 바닥에서 혈흔이 나왔고, 집 마당에는 무언가를 태운 흔적이 있었다. 경매로 넘어간 김씨 부부의 차량에서도 표백제 가루가 다량 발견됐다. 경찰은 이 차량으로 시신이 운반됐다고 추정했다.

지씨까지 자백에 나섰다. 그는 한국에 살고 있던 최씨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김씨가 크게 화를 냈고, 이후 최씨가 집 어디선가 가져온 방망이로 김씨의 머리를 가격했다고 털어놨다. 시신 유기를 도운 것은 최씨의 보복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씨를 도와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고, 유기 장소를 함께 둘러봤으나 시신을 묻은 것은 최씨 혼자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씨에게도 수상한 점이 있었다. 평소 “아내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고, 김씨도 생전에 “내가 죽으면 그건 남편이 한 짓”이라고 말했다는 게 주변인 진술에서 드러났다. 지씨의 진술에서도 허점이 발견됐다. 막 미국에 도착한 최씨가 자택에 있던 방망이 위치를 알고 가져왔다는 지씨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두 딸이 김씨의 행방을 물었을 때 “한국에 갔다”고 거짓말하기도 했다. 시신을 묻는 것 역시 최씨 혼자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씨와 최씨 모두 유력 용의자이지만 두 사람은 자신이 결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씨는 사건이 발생한 날 미국에 도착했기 때문에 김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지씨는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는 것과 유기 장소 선정만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도 나오지 않아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지씨와 최씨가 연인 사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담당 수사관도 두 사람이 성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임을 증명할 증거가 있다고 했다. 두 사람이 공범 관계일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재산’도 예상되는 범행 동기 중 하나로 꼽혔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혼할 경우 법적으로 50%씩 재산을 나눠야 하지만 유언장이 없으면 살아있는 배우자가 모두 갖게 된다.

곧 이 사건에 대한 예비심리 재판이 열린다. 정식 재판에 회부할지, 무죄로 풀어줄지를 결정하는 자리다. 현재 정황증거는 많지만 살해에 쓰인 도구 등 확보된 직접 증거가 없다.

지씨와 최씨는 사건 발생 후 경찰에 검거되기까지 매우 태연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사건 다음 날 사라진 김씨 대신 세탁소 문을 열었고, 김씨의 신용카드까지 사용했다. 지씨와 크리스마스 파티에도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이 이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