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갈 수 없는 김정은, 베트남서 마지막 찾아간 곳

입력 2019-03-02 12:19 수정 2019-03-02 15:04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이 하루 전 하노이 주석궁에서 정상회담과 환영연회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방문의 마지막 일정으로 호찌민 전 주석의 묘를 참배했다.

김 위원장은 2일 오전 9시45분(한국시간 오전 11시45분)쯤 하노이의 숙소 멜리아호텔 밖으로 나와 바딘광장 인근 호 전 주석의 묘를 찾았다. 전용차량에서 내려 참모진과 함께 묘 앞까지 걸어간 뒤 묵념했다. 본인 명의의 화환도 세웠다. 그는 ‘호찌민 주석을 추모하며’라고 적었다.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국제부장, 김평해 간부부장, 오수용 경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은 김 위원장과 함께 호 전 주석의 묘를 참배했다. 베트남 정부 인사도 동행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오전 9시45분(한국시간 오전 11시45분)쯤 하노이 바딘광장 인근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일행이 2일 오전 9시45분(한국시간 오전 11시45분)쯤 하노이 바딘광장 인근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AP뉴시스

호 전 주석은 베트남의 초대 지도자로,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전 주석과 친분이 있다. 김 전 주석과 호 전 주석의 집권 시절 북한과 베트남은 혈맹과 같았다. 호 전 주석은 1957년 북한을 방문했고, 김 전 주석은 이듬해 베트남으로 답방했다. 김 전 주석은 1964년 한 차례 더 베트남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은 조부 이후 55년 만에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하노이에서 사실상 결렬로 끝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지난 1일부터 베트남 친선방문으로 일정을 전환했다. 베트남 방문 마지막 날 호 주석의 묘를 찾아 ‘혈맹 확인’에 힘을 쏟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장에서 ‘빈손’으로 나왔지만, 베트남과 친분을 높여 미흡한 정상외교 성과의 일부분을 만회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응우옌 푸 쫑 베트남 주석 겸 공산당 총비서과 정상회담을 갖고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다. 김 위원장은 쫑 주석에게 “조선(북한)과 베트남 사이 친선의 역사는 가릴 수도, 지울 수도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가슴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푹 총리에게 “꼭 시간을 내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베트남 북부 동당역에서 평양행 특별열차 탑승을 앞두고 손을 흔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호 전 주석 참배를 마친 뒤 곧바로 동당역으로 이동했다. 낮 12시35분쯤 동당역에서 대기하던 특별열차에 다시 탑승했다. 열차는 3분 뒤부터 서서히 움직여 출발했다. 열차는 중국을 종단해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시진핑 주석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평양행 여정은 더 길어진다. 중국에서 비행기로 환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별열차는 지난 23일 오후 5시 평양에서 출발해 지난 26일 오전 8시13분 동당역에 도착했다. 중국 난닝역에서 휴식했던 30분을 포함해 모두 63시간을 소요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