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행동주의 펀드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제기한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일부 받아들여졌다. 이달 말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KCGI가 제안한 일부 안건이 상정되면 본격적인 ‘표 대결’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일 한진칼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을 상대로 낸 의안상정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지난달 21일 KCGI측은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의 감사 1인과 사외이사 2인 선임 관련 안건을 2019년도 정기 주총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이들은 주주제안서에 회사 임원의 과도한 보수를 삭감하라는 요구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 의사도 함께 담았다.
법원은 이 중 김칠규 회계사의 감사선임과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김영민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관련 건을 정기 주총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감사를 두지 않을 경우 조 교수와 김 변호사를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건도 올해 정기 주총 안건에 포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사 보수 한도 총액을 기존 50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줄이는 등 보수 관련 안건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사내이사 선임에 대한 요구를 담은 의안은 기각됐다.
법원의 결정으로 KCGI의 주주제안을 놓고 벌어진 자격 논란은 얼추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KCGI 측의 주주제안 이후 한진그룹은 지난달 20일 자료를 내고 “KCGI가 상법상 주주제안 행사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주주제안을 하려면 상법이 규정한 지분 6개월 보유 특례규정을 충족해야 하는데 KCGI 측이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상장회사의 주주는 ‘6개월의 주식 보유 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상법 제363조의2(주주제안권)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말 예정된 한진칼 주총에서는 치열한 ‘표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KCGI 측은 한진칼 주주명부를 확보하며 소액주주 설득작업의 준비를 마쳤다. 한진그룹 또한 배당 성향 확대 등 주주친화책을 담은 중장기 발전 방안을 내며 ‘주주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