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는 “웜비어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해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전하면서 두둔했기 때문이다.
오토 웜비어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는 현지시간으로 1일 성명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우리는 예의를 지켜왔다. 이제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면서 “김정은과 그의 사악한 정권이 우리 아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어떠한 변명이나 과장된 칭찬도 그것을 바꿀 수 없다”한 오토 웜비어 부모는 “석방 후 고향인 신시내티로 돌아왔을 때 이미 장남이고 귀머거리였다. 그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격렬히 꿈틀거렸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오토 웜비어 부모 성명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평양에 방문했다가 호텔에서 선전 현수막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15년의 중노동(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억류 17개월 만에 풀려나 2017년 6월 미국으로 송환됐지만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다. 고향으로 돌아온 오토 웜비어는 귀국한 지 6일 만에 숨졌다. 오토 웜비어 부모는 아들이 북한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 후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믿겠다”며 “워낙 큰 국가이고 많은 사람이 감옥, 수용소에 있다 보니 일일이 모른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인물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미국 정치권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과 같은 폭력배들의 말을 믿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소속의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뻔한 거짓말을 믿는 사람은 미국 대통령밖에 없다”고 지적했으며 밴 홀런 상원의원도 “김정은에게 미국민을 고문하고 살해할 수 있는 ‘자유권’(free pass)을 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롭 포트만 상원의원(공화, 오하이오)은 WP에 “북한의 여전히 악마 정권이고, 그것은 우두머리부터 시작된다”면서 “우리가 그들을 대할 때는 그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