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썩같이 믿었던 연인은 현실에 없는 가상 인물이었다.
1일 방송된 SBS ‘궁금한이야기Y’에서 40대 평범한 공무원 김씨의 수상한 연인의 정체가 공개됐다.
김씨는 온라인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천씨와 연애 중이었다. 김씨에 따르면 천씨는 자신을 월 3000만원을 버는 자산가의 자녀라고 소개했다. 신분은 꽤 구체적이었다. 자신은 삼청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고 있고, 어머니는 시애틀에서 유명한 한인 치과의사라고 했다.
따라서 자신은 현재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다며 만남을 미뤘다. 김씨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천씨를 믿었다. 외모, 성격, 집안 환경 등 모든 조건이 자신의 이상형이었던 천씨와 온라인 상으로 대화를 나누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이들은 교제를 시작한 후 단 한 번도 만나지 않고 가끔 음성 통화만 했지만, 김씨는 천씨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천씨는 김씨에게 어머니 수술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요구했다. 이후로도 틈만 나면 돈을 요구했다. 김씨가 8개월간 천씨에게 보낸 돈은 무려 8700만원이다. 그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썼다. 빚쟁이를 피하느라 직장마저 그만뒀다. 오피스텔 보증금마저 모두 천씨에게 준 김씨는 세차장에서 일하며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었다.
천씨는 누구일까. 시간이 지나자 천씨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남성이 속속 등장했다. 김씨와 상황이 비슷해보였다. 만남은 계속 미루면서 돈만 갈취하는 수법이었다. 사진 역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김씨는 “웃음 밖에 안 나온다. 진짜 황당하다”고 허탈해했다.
어렵사리 마주한 천씨의 아버지는 오히려 피해 남성들을 나무랐다. 그는 “걔네들이 미친X이다. 얼굴도 못 봤는데 돈을 왜 주느냐. 꼴X이다”라며 “딸은 지금 미국에 있는데 한국 경찰이 어떻게 잡냐”고 말했다. 천씨의 동생은 범행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