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에게 조종 당해” 父 존속살해한 아들의 뜻밖의 진술

입력 2019-03-02 04:00
현장에 뿌려져있는 케첩. SBS 화면 캡쳐

지난 1월 2일 밀폐된 주택 안에서 사망한 지 5일 된 60대 남성의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현장은 수상했고, 잔혹했다. 고문 흔적은 남기면서 핏자국은 지웠다. 시신 발견 나흘 후인 6일 유력용의자가 체포됐다. 고인의 아들 A씨(31)였다. 사흘 후 공범 B씨(34)도 검거됐다. 아들은 공범이 자신을 조종해 존속살해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A씨와 당시 살해 현장에 함께 있던 공범 B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아버지를 살해할 당시 B씨와 함께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SBS ‘궁금한 이야기Y’ 1일 방송에 따르면 사건 현장은 기이했다. 시신 입 주변에는 하얀 가루가 남아있었고, 혈흔 대신 붉은 색 토마토케첩이 흩뿌려져 있었다. 대문은 잠겨있었고 침입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세탁기 안에는 피 묻은 이불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곧장 수사에 착수했다. 그가 사망 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지인은 고인이 한동안 상당히 불안해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죽기 전 한동안 ‘무서우니 같이 살자, CCTV 달아놓을 테니 같이 살자’고 말했다”며 “사망 당일에는 서울에 사는 아들이 온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 마을 초입에 있는 CCTV를 살펴보니 고인의 아들인 A씨의 모습이 찍혀있었다. 경찰은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사건 발생 9일 만에 긴급 체포했다. A씨는 모든 범행을 시인했다. 진술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아버지를 결박하고 치자가루를 푼 물로 잔인하게 고문했다. 살해한 후에는 피를 닦아낸 후 냄새를 없애기 위해 케첩을 뿌렸다.

A씨는 연쇄살인 중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고 도피하던 9일 동안 두 명을 더 살해했다. 피해자는 노부부였는데, 현금 30만원과 신용카드를 빼앗았다. 검거 당시에도 출장 마사지사를 유인해 또 다른 살인을 벌이려 준비 중이었다.

수사 이틀 째, A씨는 돌연 자신은 ‘전문 킬러’의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름, 연락처 등 아무런 정보도 없는 특별 설계자가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의 범행 현장과 도주 동선 CCTV를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A씨 주변에서 자주 목격되는 남성을 발견했다. 공범으로 확신한 경찰은 곧장 B씨를 검거했다.

이들은 불법 성매매업소에서 연을 맺었다. 돈을 벌어보겠다며 무작정 서울로 떠난 A씨의 첫 직장이었다. A씨는 이곳에서 만난 B씨에게 부모님과의 불화를 털어놓았고, B씨는 A씨 아버지 살해계획을 세웠다. 다음 대상은 A씨의 어머니였다.

B씨는 자신을 ‘전문 킬러’라고 소개하면서 “A씨에게 상대를 제압하는 법, 고문하는 법, 시신을 처리하는 법 등을 알려주긴 했지만 정말 살인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