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좌완 김택형은 ‘파이어볼러’다. 마음만 먹으면 시속 150㎞에 가까운 강속구를 던진다. 하지만 ‘새가슴’ 이미지가 있다. 위기의 순간 제구가 잘 되지 않고 도망가는 피칭을 종종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6차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김택형은 4-4로 팽팽하게 맞서던 연장 10회말 2사 1, 2루에서 두산 조수행과 9구째 가는 접전 끝에 간신히 삼진을 잡아냈다.
1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만난 김택형에게 그때 상황을 물어봤다. 김택형은 “보는 분들도 떨렸겠는데 마운드에 있는 나는 더 떨렸다”고 소회했다. 이어 “정말 한 가운데만 보고 공을 던졌는데 잘 안가더라”고 했다.
김택형은 또 당시에 두산과의 악연도 생각났다고 했다. 넥센 시절인 2015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택형은 3-3으로 맞선 연장 10회 말 등판했지만 1사 후 최주환에게 2루타를 맞은데 이어 박건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생일날에 생애 첫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쓴잔을 마셨던 것이다. 김택형은 “그 때와 상황이 비슷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 때 김택형이 막아내 SK는 급한 불을 껐고, 6차전을 5대 4로 승리했다. 그리고 그 힘으로 기어이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차지했다. 김택형은 “삼진을 잡은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는데 한동안 멍했다. 내가 어떻게 던졌는지 모르겠더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택형은 이제 마운드에서 그런 초조함은 안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바로 ‘우승 프리미엄’이다. 우승 프리미엄이란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하면 선수들의 몸에서 여유가 생기고, 이전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가진다는 뜻이다.
김택형은 또 전지훈련에서 체인지업도 열심히 준비 중이다. 김택형은 “이제 한국시리즈에서도 자신있다. 힘차게 던져서 팀 우승을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키나와 글·사진=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