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이며 조만간 상승 반전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흐름은 정반대로 흐르기 마련인데, 최근 아파트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셋값과 매매값이 동반 하락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국대학교 고성수 부동산학과 교수는 1일 “보통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예비 매수 대기자들은 사는 것을 뒤로 미루고 시장을 지켜보게 된다”며 “대신 전셋집을 구하기 때문에 전세가격은 오르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중개업소 대표도 “아파트 매맷값이랑 전셋값이 같이 떨어지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상 현상은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2월 넷째 주(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은 0.09% 하락했고 전셋값은 0.11% 떨어졌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는 16주 연속, 전세가는 18주 연속 하락했다.
같은 날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부동산114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겨울방학 기간인 지난해 12월~2월 중순까지 강남 4구 전셋값은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강동구는 12월과 1월에 각각 -1.59%, -1.16%씩 하락했다. 약세는 2월까지 이어졌다. 강남구의 경우 2월 둘째 주까지 전셋값 변동률이 -0.53%로 하락 폭이 가장 컸다.
당분간 전세가격 하락이 계속될 전망이지만,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2008년이 비슷한 경우다.
2007년 2.9% 상승했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다음 해 -1.13%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가 왔고 강남권에 아파트 공급 물량이 대거 풀리면서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전셋값 내림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듬해 회복세를 보였고 7.77%까지 올랐다. 공급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소화되면서 전셋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도 경기 불황에 공급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셋값이 하락했다. 올해 입주 예정 아파트만 38만 가구다. 전세시장 하락을 이끈 건 지난해 12월 말부터 입주를 시작한 951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다. 2개월째 입주가 진행 중인 헬리오시티는 약 40%가량 입주율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잔금 치르고 입주를 앞둔 세대를 포함하면 약 60% 정도다.
하반기엔 2296가구 규모의 개포동 래미안 강남포레스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도 대량의 물량 공급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송파구 상황을 거론하며 전셋값 상승 가능성을 얘기한다. 이미 헬리오시티 입주가 빠르게 진행된 데다 지난 1월 말부터 신천동에 있는 미성·크로바 아파트(1350가구)의 재건축 이주가 시작됐다. 또 같은 지역 진주아파트(1507가구)의 이주도 이달 말부터 시작되는 만큼 전세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세가격 상승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2개월 뒤부터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예측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