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경험 無…라바리니 감독, 배구 지도자 된 사연

입력 2019-03-01 16:34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첫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지난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대한민국배구협회 관계자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

“팀을 이끌고 인재를 키우는 역할에 깊게 매료됐던 것 같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이 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40)은 지도자가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1일 서울 강남구 호텔리베라 2층 샤머니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전날 입국한 그는 오는 3일까지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경기를 직접 관람하며 한국 선수들을 면밀히 파악할 예정이다.

지도자 이력이 독특하다. 라바리니 감독은 배구 선수 출신 지도자가 아니다. 이탈리아 여자 유소년팀을 시작으로 독일 여자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브라질리그 로호리존테의 미나스테니스 클럽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오다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16세였던 1995년부터 지도자 생활을 했다. 그는 “제가 좋은 선수가 아니었기에 지도자가 됐다. 저는 선수 신분으로 배구 연습을 해보지 않았다”며 “선수 경험이 없는 제가 감독으로 활약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웃어 보였다.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 첫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그가 배구와 인연을 맺은 사연은 이렇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의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자신의 동네에 사는 여자 학생들이 운동장이나 연습장에서 배구를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고 한다. 배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자연스럽게 배구에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배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탈리아 유소년 팀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매일같이 체육관으로 향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유소년 팀의 감독이 “매일 와서 경기를 보는데 우리 팀을 도와줄 수 없느냐”고 제안한 것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라바라니 감독은 “배구라는 종목 자체를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지도자 생활에 큰 매력을 느꼈다. 감독으로 한 팀을 이끌고 인재를 키워나가는 이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며 “저를 처음 지도자로 이끌어주신 감독님은 제 롤모델 역할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 생활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의 유소년 여자 배구팀 코치를 할 때 어린 선수들이 대회에서 승승장구하도록 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 꿈을 이뤘다. 이후엔 시야가 넓어지면서 다른 팀에 가서 지도자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최상위 팀들을 이끌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조금씩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지금 이 자리에 왔다. 모든 성과와 성취, 승리가 값지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주로 유럽, 남미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그는 아시아 무대에서 사령탑 신분으로 새 도전에 나선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 사상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이 있으면서도 설레고 기쁘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내가 추구하는 배구는 매우 공격적이고 빠르다”고 소개한 그는 “한국 대표팀이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이라는 꿈을 실현시키는 과정에 함께 하게 돼 영광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