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에 돈이 몰리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연기 시사와 미·중 무역분쟁 타결에 대한 기대감 등이 글로벌 투자자금을 이들 지역의 주식·채권 시장으로 다시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상황이 여전히 짙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말 것을 조언한다.
1일 금융정보서비스 퀵 등에 따르면 지난 1~2월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신흥시장에 유입된 미국 자금은 160억 달러(약 18조원)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지난 1월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607억 위안(약 10조160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규모는 월간 사상 최대다.
이같은 자금 유입은 주가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 전체의 주가 움직임을 반영하고 있는 닛케이아시아300 지수는 올 초 8% 상승했다. 지난해 말 15%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상하이종합지수도 지난해 25% 하락했다가 올들어 18% 올랐고, 홍콩 항셍지수는 11% 상승했다. 이밖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러시아의 주요 주가지수 상승률은 10%를 넘었다.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신흥국 주식펀드는 186억 달러(약 20조8000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또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은 신흥국 금융자산 매수를 가장 ‘활발한’(crowded) 거래로 꼽았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호리구치 다카치 이코노미스트는 “주식 채권 시장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돌아오고 있다”면서 “신흥국으로의 자금 회귀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왜 그럴까. 이같은 현상은 미 연준의 ‘비둘기’ 신호(금리인상 연기·통화정책 완화)로 통화 긴축기조가 한풀 꺾인 영향이 크다. 연준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와 함께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우려하면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는 ‘관망’기조를 유지했다. 아울어 미중 무·역분쟁 또한 봉합 국면에 들어서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신흥시장에 대한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을 견인했던 감세 및 재정 확대 효과가 사라지면서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반면 신흥국의 성장 전망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도 신흥시장의 반등을 이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공격적인 투자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볼때 세계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는 것.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최근 언론 칼럼에서 “유럽과 중국 경제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우려되며 이것이 미국 기업뿐 아니라 (신흥국 시장 등) 위험자산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