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경기도 파주시 교하 열병합발전소와 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것으로 설계되자 지역 주민들이 ‘범교하 GTX-A노선 열병합발전소 관통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환 파주시장이 주민들에게 힘을 보태고 나섰다.
최종환 시장은 지난 28일 열린 ‘GTX 주민간담회’에서 “주민들이 안전문제 검증을 위한 전문가 섭외를 할 수 있도록 시가 지원하겠다”면서 “안전문제가 발견되면 노선을 변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시행사인 에스지레일이 주관한 이날 간담회는 에스지레일 관계자를 비롯해 GTX-A노선이 지하를 관통해 큰 피해가 예상되는 교하 동문8단지 주민, 윤후덕 국회의원, 최종환 파주시장, 국토교통부 업무 담당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에스지레일 측은 간담회를 통해 ‘지역난방 및 주거지 하부통과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며 계획된 노선의 안전성을 설명했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한 주민은 “사업시행자와 국토부는 안전한 기존 노선이 아닌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변경안을 고집하고 있다”며 “설명회나 공청회 등 주민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왜 이렇게 사업이 진행됐는지 의문”이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에스지레일 측은 “여러 안건에 대해 검토가 있었지만,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 등 철새가 기존 노선안 및 대안 노선안에서 발견됐고, 고압 가스관과 인근 하천 등이 저촉되는 등의 이유로 현재와 같은 안으로 확정됐다”며 “설명회는 신문공고와 시 홈페이지 개시 후 지난해 8월 24일 운정복합센터에서 개최, 80여명이 참석했다. 공청회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또 국토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사연이 굉장히 많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조사에서 철새도래지가 아니었던 부지에는 철새가 있었고, 철새가 없다고 알려진 부지에는 철새가 있는 등의 문제와 대안 부지에 기념물로 지정된 파평윤씨 묘역이 있는 등 결국 현재의 노선으로 계획됐다”며 “주민들의 주장이 있다고 노선 변경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된다면 바꿔야 하는데 안전기준에 들어오는지 그 기준을 넘어서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질의응답 후 ‘투쟁위원회’는 현재 설계된 노선안은 시행사 측이 부실하게 조사하고 설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자료를 만들어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쉽고 자세하게 알렸다.
투쟁위원회는 “현재 설계된 노선안도 발전소의 가스관 등이 지나간다. 대안 노선들이 가스관 때문에 반려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환경영향평가 현장조사표에 기재된 날씨와 실제 날씨가 다르고, 같은 사람이 조사했는데 조사표를 작성한 글씨체도 다르다. 조사 자체가 부실하게 진행된 것”이라며 “지하에 생기는 터널은 풍화토 등 연약한 지반에 조성을 계획하고 있고, 우리보다 더 깊은 심도에 터널이 조성된 다른 지역 아파트의 경우 안정성 검토를 했지만 우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터널 조성이 설계된 심도 또한 건물 기초 파일 기준으로 측정해야 하지만 지반 등을 기준으로 해 특히 심도가 얕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시행사 측은 다음에 개최되는 간담회에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종환 파주시장은 “차량기지 입출고선이 교하 동문8단지와 한국지역난방공사 지하를 관통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 8차례나 노선 변경을 공문으로 요청했지만 끝내 반영되지 않고 GTX 사업이 승인됐다”며 “시는 주민들과 공동운명체로 안정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투쟁위원회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시행사 측이 어떻게 답할지 궁금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주민들이 시행사 측 전문가들과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시가 전문가를 섭외하는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GTX-A노선은 파주 운정~고양 일산~서울 삼성~화성 동탄 등 모두 83.1㎞ 구간으로, 약 3조원을 투입해 10개 정거장을 건설하고 2023년 말 개통될 예정이다.
이중 민자사업 구간인 파주 운정~삼성은 지난해 12월 27일 착공식을 가졌지만, 노선 설계를 두고 파주 교하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사업의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파주=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