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3․1운동 100주년을 맞았지만 법률용어에는 여전히 일본식 표현이 남아 있다. 법조계에선 바꿔 쓸 수 있는 불필요한 일본식 표현에 대한 정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률에 쓰이는 대표적 일본식 표현으로는 ‘가주소’(임시주소), ‘궁박’(곤궁하고 절박한 사정), ‘요하지 아니한다’(필요가 없다), ‘제각’(제거) 등이 있다. 일본식 표현인 데다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란 점에서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의하여’, ‘~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의하여’는 일본어 ‘~によって’(니요떼)를, ‘~에 있어서’는 일본어 ‘~において’(니오이떼)를 그대로 옮긴 말이다. 계약과 가족관계 등에서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민법은 1조에서부터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며 일본식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주격 조사인 ‘이’나 ‘가’가 쓰일 자리에 ‘의’를 사용하는 것도 일본식 표현이다. 일본어의 주격 조사인 ‘の(노)’를 그대로 ‘의’로 옮겨 쓰고 있는 것이다. 민법 29조에서 ‘실종자의 생존한 사실’이라고 규정한 것이 그 예다. 바꿔 쓰면 ‘실종자가 생존한 사실’로 표현할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알기 쉬운 민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법조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했다. 민법의 일본식 표현을 우리말 표현으로, 어려운 한자어를 쉬운 표현으로 바꾸기 위해 개정안에 반영할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 제출되진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의 민법 개정안에 대해 민법학계 등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 추가 검토가 진행됐다”며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앞서 2015년 19대 국회에도 민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법조인들도 법률용어의 일본식 표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만 무리하게 순화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다른 말로 바꿔 써도 법률적 해석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는 방향에서 개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한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일본식 용어라고 해서 무리하게 우리말로 옮겨 법률적 해석의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곤란하다”면서도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언어 감각에서 멀어져 있는 것들은 차차 바꿔나가는 게 맞고, 불필요한 일본식 표현도 대체 가능한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