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국교회 기념예배] “3·1정신으로 동서남북 하나되어 새 100년을…”

입력 2019-03-01 15:11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하나 된 믿음의 본을 보인 3·1운동 정신을 이어받아 동서남북 모두 하나 되어 새로운 100년을 열자는 한국교회의 다짐이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총연합은 1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에서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 기념예배’를 드렸다. ‘더불어 흔쾌한 부활의 때’라는 부제가 달린 예배는 배재학당 출신 중년 남성으로 구성된 ‘아펜젤라합창단’의 ‘빛 되신 예수여’와 ‘주기도문’ 찬양으로 시작됐다.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정동제일교회는 100년전 기독인 민족대표들의 명단이 최종 확정되고 미션스쿨 학생 지도부에게 독립선언서가 사전 배포된 장소다. 민족대표였던 이필주 목사가 설교한 바로 그 강대상 앞으로 설교를 맡은 이성희 NCCK 회장과 성찬을 담당한 이승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장 등이 입장했다.

림형석 예장통합 총회장은 “3·1운동은 이 땅에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었던 아름다운 교회사”라고 말했다.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은 “3·1정신이 지향했던 정의와 평화, 민주와 자주를 우리 사회에 실현하기 위해 교회가 섬김과 헌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라고 입당문을 낭독했다.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대표총회장은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자”고 말했고, 벧엘예배당을 가득 메운 400여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말씀 선포 이전에 죄의 고백 순서가 있었다. 원성웅 기감 서울연회 감독은 “백년이 흘러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우리를 세상에 보내셔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고자 하시는 그 뜻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박종화 국민문화재단 이사장도 “성서의 가르침에 침묵하고 대신 그 자리에 욕망의 십자가를 세웠다”고 했다. 유낙준 대한성공회 의장주교는 “한국교회는 성장과 성공에 집착한 나머지 ‘공의의 신’이신 주 하나님을 외면했다”고 전했다. 부끄럽게도 우리는 스승을 판 유다이며 겁이 많은 베드로였다는 참회가 나왔다. 회중들은 “주여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찬송했다.

성경 봉독은 출애굽기 3장과 누가복음 24장이었다. NCCK는 공동번역성서를 주로 사용했지만, 이번 한국교회 전체가 드리는 예배를 위해 많은 교회가 익숙한 개역개정 성경 본문을 사용했다. “이제 가라 이스라엘 자손의 부르짖음이 내게 달하고 애굽 사람이 그들을 괴롭히는 학대도 내가 보았으니 이제 내가 너를 바로에게 보내어 너에게 내 백성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게 하리라”는 출애굽기 말씀이 봉독됐다. 예장통합 남선교회 전국연합회 소속의 익투스 합창단이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힘차게 불렀다. 대한독립만세 함성이 터져 나오는 듯한 성가대 찬양이었다.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이성희 NCCK 회장은 ‘마음이 뜨거워 행복한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 회장은 “싸우지 않고 나라를 잃었으니, 싸우지 않고 나라를 되찾을 것이다”란 월남 이상재 선생의 말을 소개했다. 기독교인이 비폭력과 평화란 기독교 정신을 붙잡고 일경의 총칼과 폭압 앞에서 용기를 낸 3·1운동의 핵심 정신을 이야기했다.

이 회장은 전날 무산된 북미정상회담과 하노이선언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의 여정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대국에 그저 끌려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족과 자주의 힘으로 이 역경을 풀어갈 지혜가 필요하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가 곧 세계 평화라는 굳건한 인식을 세계교회와 공유하겠다”고 전했다. 더불어 “한국교회가 100년 전 신앙 선배들의 정체성을 회복해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 헌신하며 겸손하게 세상을 섬기기를 다짐한다”고 말했다.

예배에선 특별히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청년 경제정의 생태 한반도평화 세계평화 등 오늘 이 땅에서 한국교회와 함께 손잡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단체의 사역자들이 기도문을 낭독하고 이를 교단 총회장에게 전달하는 행사가 있었다. 서산농아교회 한명숙 목사는 수화를 통해 소리 없는 기도를 올렸고, 동행한 이가 이를 음성으로 기도문을 낭독해 주의를 숙연케 했다. 한 목사는 손짓으로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 속, 뿌리 깊은 민족의 불행으로 인해 고통이 끊이지 않는 이 땅을 굽어살펴 주소서”라며 “경쟁과 생존의 굴레에 얽매여 이웃을 소외시키는 죄를 범하지 않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 “서로 함께 마주 보는 기쁨으로, 행복을 나누며 서로를 지키는 사랑의 길로 우리를 인도하소서”라며 “그래서 우리 모두 행복하게 하소서”라고 수화로 말했다.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말씀 선포 직후엔 성찬 예식이 진행됐다. 이승희 예장합동 총회장이 “3·1운동 100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오늘, 우리 모두는 새로운 다짐을 선포하며 이 자리에 모였다”며 “이제 옛사람을 버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떡과 한 잔을 나눔으로 새사람이 되자”고 말했다. 회중은 “3·1 정신을 이어받아 동서남북 모두가 하나 되어 새로운 100년의 다짐을 이어가게 하소서”라고 화답했다.

성도들은 새 희망의 찬송으로 찬송가 550장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을 함께 불렀다. 이어 한국구세군 김필수 사관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송태섭 대표회장을 중심으로 공동 축도가 이어졌다. 축도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우리가 다시 행복과 평화를 꿈꾸게 하소서”라며 “삼천리 금수강산의 끊겼던 혈맥이 다시 이어지고, 정의가 강물처럼, 생명이 바다와 같이 물결치게 하소서. 자유와 번영이 넘쳐나게 하소서”로 마무리됐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