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협상 결렬, 트럼프 잘한 결정” 이례적 칭찬

입력 2019-03-01 12:18 수정 2019-03-01 14:2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협상 결렬 배경을 설명하고 잇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결렬시키자, 그와 사사건건 충돌했던 민주당은 “옳은 선택이었다”고 치켜세웠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윔비어 문제를 얼버무린 것에 대해서는 비판이 거셌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28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장을 빠져나온 것은 결론적으로는 잘한 것”이라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없이 제재 해제를 원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나는 북한과의 갈등을 끝낼 협상을 원하지만 나는 언제나 나쁜 합의의 가능성을 우려해왔다”며 “완전한 비핵화에 못 미치는 협상은 단지 북한을 더 강하게 만들고 세계를 덜 안전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썼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논평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최근 악화일로였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입장도 크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이끌어내지도 못한 채 제재만 완화해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참석차 자리를 비우자마자 그를 겨냥한 청문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우려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협상 결렬을 결정하면서 미 의회 의원들로부터 “초당적인 찬사를 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적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운데)가 2016년 3월 북한 군인들에게 이끌려 평양 최고재판소에 출석하고 있다. 웜비어는 북한 구금 17개월만에 혼수상태로 풀려났으나 곧 사망했다. 미국 내에서는 그의 사망을 계기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정상회담 결렬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고문·사망 의혹에 대해 “김정한 북한 국무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알았더라면) 일어나도록 허용하지 않았을 것”며 “김 위원장이 이번 일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웜비어는 2016년 북한 여행을 갔다가 국가전복음모 혐의로 체포돼 17개월간 억류됐다. 그는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됐지만 수일 만에 사망했다.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내에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었다. 하지만 북한은 고문 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북한 해명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전해지자 웜비어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공화당 상원의원 롭 포트먼은 성명을 내 “우리는 웜비어를 기억해야 하며 북한이 벌인 일에 대해 절대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오하이오주 민주당 상원의원 셔로드 브라운도 “북한은 웜비어를 살해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거기에 맞는 대가를 치르도록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웜비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책임을 부인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실수라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