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하노이 결렬’에도 “의미 있는 진전” 평가

입력 2019-03-01 11:53

문재인 대통령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의지도 분명히 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처음으로 나온 문 대통령의 육성 메시지다.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 진전과 이를 위한 중재자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에 참석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우리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과 달리 회담이 중간에 결렬됐지만, 북·미 대화를 적극적으로 중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확고해질 것”이라며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 정상회담도 장시간 대화를 나누고 상호이해와 신뢰를 높인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낙관적인 전망을 높이 평가한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양국 간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반드시 성사시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신한반도체제’에 대한 구상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신한반도체제’는 우리가 주도하는 100년의 질서”라면서 “새로운 100년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100년이 될 것이다. ‘신한반도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은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한반도체제’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체제’는 새로운 경제협력공동체”라면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하겠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남북 간에 ‘경제공동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모두가 혜택을 누리는 경제적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를 이뤄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 28일 하노이 회담 결렬 직후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회담 결과 등을 공유했다. 청와대는 서면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한편, 향후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타결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