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돼 희생됐다”면서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중앙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에서 친일 잔재 청산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5·18 관련 망언을 하는 등 ‘이념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빨갱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일본 제국주의로 봤다. 문 대통령은 “일제는 독립군을 ‘비적’으로, 독립운동가를 ‘사상범’으로 몰아 탄압했다”면서 “여기서 ‘빨갱이’라는 말도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상범과 빨갱이는 진짜 공산주의자에게만 적용되지 않았다. 민족주의자에서 아나키스트까지 모든 독립 운동가를 낙인찍는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좌우의 적대, 이념의 낙인은 일제가 민족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었다”며 “해방된 조국에서 일제경찰 출신이 독립 운동가를 빨갱이로 몰아 고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빨갱이’로 규정되어 희생됐고 가족과 유족들은 사회적 낙인 속에서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다”며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도구로 빨갱이란 말이 사용되고 있고, 변형된 ‘색깔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가 하루빨리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친일잔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마음의 38선’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마음에 그어진 38선은 우리 안을 갈라놓은 이념의 적대를 지울 때 함께 사라질 것”이라면서 “서로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버릴 때 우리 내면의 광복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0년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 인류 모두의 평화와 자유를 꿈꾸는 나라를 향해 걸어왔다”며 “새로운 100년은 진정한 국민의 국가를 완성하는 100년이다. 과거의 이념에 끌려다니지 않고 새로운 생각과 마음으로 통합하는 100년”이라고 강조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