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해제 요구한 5개 제재안 살펴보니, 북한경제 숨통 쥔 제재안들

입력 2019-03-01 11:16 수정 2019-03-01 11: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 회담장에서 확대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확대 회담에 미국 측에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배석했고 북측에서는 리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함께했다. 뉴시스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해 주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 0시10분쯤(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미국으로 떠난 이후였다.

리 외무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묵고 있는 멜리아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에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닌 일부 제재 해제를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해 주면 우리는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을 미국의 전문가들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이 공동의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리 외무상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일부 해제”라며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총 11건 중 2016, 2017년까지 채택된 다섯 개, 그중에서도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전면적 경제제재 해제 요구로 협상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결렬의 책임을 북한에 돌린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리 외무상이 말한 일부 제재 해제 품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중 5건이다. 리 외무상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최선희 부상이 이와 관련해 설명을 덧붙였다. 안보리가 2016년과 2017년에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 6건 중 2270, 2375호에서 민생과 관련된 부분의 제재해제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안보리는 2006년 1718호부터 대북제재 결의안을 내놨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품에 대한 금수조치가 주요 내용이었다. 북한 경제를 봉쇄하기 시작한 내용들이 추가된 건 2016년 2270호 결의안부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중 2270호(왼쪽)와 2375호. 유엔 홈페이지

그렇다면 북한이 2270호와 2375호를 꼽은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개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해 북한 측이 주장하는 해제 품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안보리는 2016년 1월과 9월 북한의 4·5차 핵실험에 대응해 결의안 2270호와 2321호를 채택했다. 2017년에도 2356호, 2371호를 채택한 뒤 그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은 뒤 2375호, 2397호를 내놨다.

6건 중 2270호와 2375호는 북한의 주요 수출품목인 석탄과 의류제품이 포함돼 있다. 북한의 에너지난을 초래한 유류반입 규제도 들어있다.

2270호는 기존 대북제재에 없던 새로운 조치가 다수 포함했다. 특히 북한의 주요 수입원인 광물 판매에 대해 ‘분야별 제재'를 처음 적용했다. 민생 목적을 제외한 석탄, 철, 철광 수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석탄은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다. 북한의 외화벌이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조치로 풀이됐다.

2375호는 한 단계 더 강화된 경제제재였다. 디젤, 등유 등 석유 정제 제품 공급을 막았다. 무연탄과 함께 북한의 대표적인 수출품이던 의류 완제품 수출도 막았다.

2375호에 한 달 앞서 채택된 2371호는 북한의 대중 수출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무연탄을 비롯해 철, 철광석, 수산물 수입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2017년 12월 북한의 화성 15호 시험발사 후 내놓은 결의안 2297호에선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 연간 상한선을 기존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감축해 유류공급 제한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결의안은 북한의 에너지난을 야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 노동자들의 외화벌이 통로도 막았다. 해외 파견 노동자의 24개월 이내 송환, 식용품, 농산품, 기계류, 전자기기, 목재류, 선박 등으로 수출 금지 품목 확대, 해상 차단 조치의 강화 등이 들어있다.

이 같은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로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은 88% 급감하기도 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