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강화할 것이냐”는 한국기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 답변 재조명

입력 2019-03-01 11:01 수정 2019-03-01 11:09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변 핵시설 해체만으로는 북한이 요구하는 전면적인 대북 제재 해제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전면적 제재 해제가 아니라 민생부문에 대한 일부 해제”라고 반박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도 “우리가 요구한 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2270‧2375호 중 민생 부문”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대북제재 강화 여부를 묻는 한국 기자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이 재조명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김 위원장과의 단독회담 및 확대 회담 후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영변이 대규모 시설인 것이 분명하지만 영변의 핵시설만 갖고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에 동의했지만 고농축 우라늄 시설 등 기타 시설 해체에는 준비가 안돼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싸워온 협상 레버리지를 놓칠 순 없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이렇게 쉽게 제재 완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북한의 경제적인 잠재력을 감안해 제재 완화를 원하지만, 북한이 추가적인 비핵화를 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분위기는 좋았고 김 위원장과 여러 가지 방법으로 비핵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핵 실험은 재개되지 않을 것이며 다음 회담에 대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마지막 질문이었다. 마지막 질문 기회를 얻은 기자는 자신을 채널A 기자라고 소개한 뒤 “북한 지도자가 언제 또 회담장에 나와 필요한 조치를 취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했다. 대북 제재를 더 강화해 북한이 더 신속하게 움직이도록 압박할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답하고 싶지 않다”면서 “현재 굉장히 강력한 제재가 있는 상황에서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도 생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은 “내 태도가 많이 변했던 이유는 김 위원장을 잘 알게 돼서다. 제재에 대해서는 지금 얘기하고 싶지 않다. 한·중·일을 위해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답변을 끝으로 회담장을 떠났다. 이후 리용호 북한 외무성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제재 전면해제가 아니라 민생과 경제 부문에 한한 일부 해제만 요구했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리 외무상은 오히려 미국 측이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주장했다.

최 부상도 우리가 제안한 다섯 개 제재 결의에서 군수용은 요구하지 않았으며 민생과 관련해 인민 생활, 경제발전에 대해서만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상은 이어 구체적인 조항까지 언급했다. 최 부상이 전한 북한의 요구는 유엔 안보리 제재 2270호와 2375호 완화다. 이 제재는 원자재 수출로 외화벌이를 하던 북한에 타격을 줬던 것이다.

이처럼 협상 결렬 이유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상반되다 보니 대북제재 강화 여부를 묻는 질문과 답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한국 기자가 대북제재 강화 여부를 묻는 건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자가 할 질문인가?” “여기서 더 어떻게 제재하냐” “일본 기자가 질문한 줄 알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주민들 생계를 걱정하는데…” 등의 반응이 많았다. 아울러 북한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할 필요는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이 ‘악어의 눈물’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