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판 결렬’ 보도하지 않고 ‘생산적인 대화’ 보도한 북 조선중앙통신

입력 2019-03-01 10:1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8일(현지시간)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의 단독 회담을 마치고 회담장 주변을 거닐며 얘기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협상 결렬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북·미 양측이 새로운 정상회담을 약속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는 부분만 강조했다.

회담 첫날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알리면서 홍보에 나섰던 북한 매체들이 성과 없이 끝난 회담을 알릴 경우 북한 주민들이 동요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해 내부 단속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통신은 양국 정상이 “두 나라 사이에 수십여 년간 지속된 불신과 적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전환해나가는 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또 북·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역사적인 노정에서 괄목할만한 전진이 이뤄졌다는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며 “이를 토대로 북·미 관계개선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서 나서는 실천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건설적이고 허심탄회한 의견교환을 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내용도 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제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도출한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현재 단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놓고 서로의 입장을 듣고, 실천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것이다.

통신은 또 양국 정상이 “북·미 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나가는 여정에서 피치 못할 난관과 곡절이 있지만 서로 손을 굳게 잡고 지혜와 인내를 발휘하여 함께 헤쳐나간다면 북미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했다”고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두 나라 정상의 관계가 더 두터워졌다고도 했다. 통신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며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 길을 오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데 대하여 사의를 표했다”며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통신의 이날 보도에는 한국시간으로 새벽 1시10분쯤 베트남 하노이에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상 부상이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을 비난했던 내용은 빠졌다.

이날 보도는 2차 정상회담 결렬이 미국과의 대화 중단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회담 결렬 소식이 내부에 전해질 경우 김 위원장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북한 주민들의 동요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이번 회담 소식을 신속하게 보도하며 김 위원장의 행보를 알렸다. 회담이 결렬될 조짐을 보였던 전날 확대 정상회담 때도 하루 전 있었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 장면을 내보냈다.

앞서 리 외무상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과 달리 북측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민생용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며 “현 단계에서 우리가 제안한 것보다 더 좋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인지는 이 자리에서 말하기 힘들다. 이런 기회마저 다시 오기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선희 부상도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앞으로의 이런 조미 거래에 대해서 좀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는가 하는 이런 느낌을 제가 받았다”면서 “다음번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혀 북미 간 대화가 당분간 중단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