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이 밝힌 김정은의 심경, “거래 의욕 잃고 미국 계산법 이해하기 힘들어 해”

입력 2019-03-01 08:10 수정 2019-03-01 09:49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과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앞으로의 북·미 간 거래에 대해 의욕을 잃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건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2270‧2375호 중 민생부문 다섯 가지라고 설명했다.

최 부상은 리용호 외무상과 함께 1일(현지시각) 0시10분쯤 김 위원장의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최 부상은 “영변 지구와 관련해 이번에 우리가 내놓은 안은 우리 외무상이 밝힌 바와 같이 영변 핵 단지 전체, 그 안에 들어있는 모든 플루토늄 시설, 모든 우라늄 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통째로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할 데 대한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 대신 우리가 미국 측에 요구한 것은 외무상 동지가 밝힌 바와 같이 제재 결의 중 민생용, 민수용 제재 다섯 건에 대해 해제할 것”이라며 “이러한 제안에 대해 미국 측이 이번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것과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우리가 제안한 다섯 개 제재 결의에서 군수용은 우리가 아직 요구하지 않았다”며 “민생과 관련해 인민 생활, 경제발전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사항들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상은 “2016년부터 취한 대조선 결의에서 2270호 2375호로 등 다섯 개인데 이 중에서도 100%가 아니고 여기서 민생과 관련된 부분만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번에 내가 수뇌회담을 옆에서 보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미국에서 하는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좀 이해하기 힘들어하시지 않는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부연했다.

최 부상이 언급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2270과 2375호는 2016년과 2017년이 각각 채택된 것이다. 2270호엔 북한의 무기 거래나 대량 살상 무기의 수출을 통제하고 석탄이나 철 같은 광물의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원자재 수출로 외화벌이를 하던 북한에 타격을 안겼던 조치다.

2017년 9월에 채택된 2375호는 대북 유류 제공 제한과 북한의 섬유 수출 금지 등 새로운 제재를 도입하고 기존 결의상 제재를 확대·강화하며 제재 대상 개인·단체를 추가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2270호, 2321호 및 2371호 등 기존의 대북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 부상은 또 “지난시기 있어 보지 못한 영변 핵 단지를 통째로 폐기할 데 대한 그런 제안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민수용 제재결의의 부분적 결의까지 해제하기 어렵다는 미국 측의 반응을 보면서 우리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의욕을 잃지 않으시지 않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최 부상은 “다음 회담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의 핵 박사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영변 핵시설에 있는 농축 우라늄 공장을 와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 거대한 농축 우라늄 공장까지 포함한 모든 핵시설을 우리가 이번에 영구적으로 되돌릴 수 없게 폐기할 데 대한 제안을 내놨지만 미국 측의 호응이 없었다”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