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파전’ 된 넥슨 인수전, 국내 토종 기업의 경쟁력은?

입력 2019-03-01 04:00
김정주 NXC 대표.

넥슨 인수전에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전하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가 섞여 눈치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넥슨 지분 확보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최근 아마존, 컴캐스트, EA 등이 넥슨 인수전에 참여 의사를 밝혔다. 매체는 투자은행 관계자의 말을 빌려 아마존과 컴캐스트가 인수에 특히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예비입찰에서는 넷마블, 카카오 등이 입찰 의사를 밝히면서 2~3개 컨소시엄의 대결 양상으로 압축됐다. SI가 중국 게임사 텐센트를 비롯해 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와 어떤 방식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지가 최대 관건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입찰 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넥슨 인수’가 지역과 분야를 뛰어넘는 ‘다파전’ 양상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쟁 과열로 12조~14조원으로 추정됐던 인수 금액이 천정부지로 솟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넥슨은 지식재산권(IP)과 개발력 못지않게 수익창출 측면에서도 큰 매력이 있다. 지난 12일 넥슨 일본법인이 도쿄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발표한 실적에 따르면 2018년 연 매출은 2537억엔(약 2조5296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성장하며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984억엔(약 9806억원), 순이익은 1077억엔(약 1조73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9%, 90% 성장했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자 넥슨 지분이 시장에 나온 뒤 국내외 투자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아마존은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넥슨을 단독 인수할 수 정도의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게임 플랫폼 개발사인 ‘게임스파크’를 인수하는 등 게임 산업 투자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넥슨 인수전 참가는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 미국 게임사 EA는 축구게임 ‘피파’ 시리즈로 넥슨과 오랜 시간 함께해왔다. 케이블 방송사 컴캐스트 역시 게임 산업에 적잖은 투자를 감행하고 있어 넥슨 인수에 눈독을 들일만 하다.

다만 넥슨 매각을 국부 유출로 보는 시선이 상당하다. 김 대표 스스로 입장문을 통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보답하는 길을 찾겠다고 공언했으니 국내 기업 주도의 인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최대 게임사의 매각이 어떤 의미인지 김 대표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높은 값에 파는 게 전부는 아닐 것”이라면서 “국내 업체(넷마블, 카카오 등)를 끼지 않은 컨소시엄은 인수전에서 경쟁력을 얻기 힘들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한 협력 관계가 이번 인수전의 관전 포인트”라고 평가했다.

이다니엘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