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형 화물선이 부산 광안대교에 부딪힌 뒤 도망가는 장면이 시민 카메라에 포착됐다. 멀리서 지켜본 이도 깜짝 놀랄 정도의 사고였지만 화물선은 문제를 일으킨 뒤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방향을 돌려 앞으로 나아갔다. 경비정이 뒤쫓았지만, 화물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KBS가 28일 유튜브에 공개한 시민 촬영 영상에는 러시아 화물선이 광안대교에 서서히 다가오다가 ‘쿵’하고 부딪히는 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광안대교를 향해 천천히 운항하는 배를 보고도 설마 하는 마음에 마음을 졸이던 시민은 화물선이 다리에 닿자 “박았다”며 소리쳤다. 시민이 “미쳤다”는 소리를 절로 할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화물선의 다음 항로였다. 광안대교에 부딪혀 선박 일부가 파손된 뒤에도 화물선은 방향을 틀더니 속도를 내며 앞으로 나갔다. 경비정이 물살을 가르면서 화물선을 뒤쫓는 장면도 포착됐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이날 광안대교에 부딪힌 화물선은 6000t급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다. 씨그랜드호는 이날 부산항을 출발해 오후 4시20분쯤 광안대교 하판 10∼11번 사이 교각을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선박 구조물 일부가 부서졌다. 인명피해는 다행히 발생하지 않았다.
부산시설공단은 광안대교 하판(대연동∼해운대 방향) 진입로 200∼300m 지점 1개 차로를 통제하고, 전문가를 동원해 파손된 교량 구조물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부산해경은 선반 운항담당자를 상대로 음주 운항과 운항 부주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사고 직후 도주를 하려 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씨그랜드호가 광안대교 충돌 30여분 전 선착장에 계류돼 있던 유람선 1척을 들이받은 것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한 조사도 벌이고 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