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웃은 날 벤치 앉은 케파… ‘강수’ 둔 사리

입력 2019-02-28 14:16
첼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28일(한국시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의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AP뉴시스

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가 모처럼 환호했지만,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가 있던 곳은 벤치였다.

첼시는 28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토트넘 홋스퍼와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8라운드를 치렀다. 많은 것이 걸려있는 한판이었다. 이날 승리하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탈환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결과에 따라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소문이 나돌 만큼 첼시로선 승리가 절실했다. 많은 현지 매체들이 제1옵션 골키퍼이던 케파의 선발을 예상했던 이유였다. 그간 주전 골키퍼로 활약해온 케파를 제외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사리 감독은 백업 요원으로 활약하던 윌리 카바예로를 선발 골키퍼로 내세웠다.

통했다. 2대 0으로 완승해 클린시트를 작성했다. 사리 감독은 선수단 기강을 잡는 동시에 승리까지 따내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카바예로는 적극적으로 몸을 던져 토트넘의 공격을 막아냈다. 결정적인 선방은 없었으나 특유의 노련미를 선보이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제 남은 것은 케파의 향후 출전 여부다. 그는 집중포격의 대상이 돼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 맨체스터 시티와의 잉글랜드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사상 초유의 항명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사리 감독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케파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해 곧바로 백업 골키퍼인 윌리 카바예로와 교체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케파는 이를 당당히 거부했고 오히려 교체하지 말라는 제스처까지 보냈다. 케파는 월권과 승부차기 패배라는 두 가지 책임을 동시에 떠안게 됐다.

경기가 끝난 후 사리 감독에게 케파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사리 감독은 무거운 표정으로 “케파를 빼는 건 쉬운 결정이었다”며 “그는 큰 실수를 저질렀고, 구단에 벌금을 냈다. 이번 선발 제외는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냉정하게 답했다.

위축된 제자의 어깨를 토닥이는 여유도 보였다. “어릴 때는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이제 그 이슈는 끝났고 이젠 그를 괴롭혀선 안 된다”며 더 이상의 비난을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다음 경기에 곧바로 나설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가오는 두 경기 중 한 경기는 케파가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