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놓고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하지만 두 정상이 각자 품고 있는 생각과 처한 상황은 다르다. 28일 오후 ‘하노이 공동선언’ 서명식이 끝나면 이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산적한 다른 이슈들을 처리해야 한다.
노벨상이냐 탄핵이냐
“마이클 코언의 증언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27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만찬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미국 취재진은 이런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이자 ‘충복’이었던 마이클 코헨은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던 시간에 미국 하원 개혁감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는 미국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공개 증언했다. 이어 “트럼프는 인정차별주의자에 협잡꾼이며 거짓말쟁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언의 폭로에 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북한과의 ‘핵 담판’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리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반(反)트럼프’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맡은 로버트 뮬러 특검도 최종 조사 결과를 앞두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이슈가 수면 위로 불거질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자신의 성과를 어필해 러시아 스캔들에 쏟아진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싶은 것이 속내일 것”이라고 28일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경제적 성공 가능성을 끊임없이 언급해 왔다. 아사히신문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약간의 타협을 해서라도 최대한 정상회담의 성공을 연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제재 해제냐 고난의 행군이냐
김 위원장은 불과 260일 만에 세계 최강대국 미국 대통령과 다시 마주앉았다. 북한과 미국의 단독 회담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처음이었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스타일을 답습하면서도 ‘은둔의 지도자’ 이미지는 벗어버렸다. 세계 강대국 지도자들과 나란히 국제 사회에 등장해 북한 내 지배력을 공고히 구축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번 협상 결과에 사활을 거는 건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군사 훈련 중단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대북제재 해제 등 실질적인 조치는 전무했다. 상황 호전에 대한 기대감은 올라갔지만 체감 효과는 미흡했다.
이번 담판에서 대북제재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경우 북한 경제는 또 다시 ‘고난의 행군’에 빠질 수 있다. 이석 한국경제연구원(KDI)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7일 발간한 ‘북한경제리뷰’에서 “2017년부터 침체 상태를 보인 북한 거시경제는 지난해 들어 전반적으로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의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은 전년 대비 87%나 감소했다. 대중 수입도 33% 줄어들었다. 정상회담에서 제재 해제의 물꼬를 터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날 오후 2시5분(현지 시간) 예정된 두 정상의 ‘하노이 공동성명’에 ‘큰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와 종전선언 등 평화 선언 발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CNN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사찰 요구는 철회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