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자녀 사랑과 손주 사랑은 다를까?

입력 2019-02-28 09:54

초등학교 2학년 남자 아이 J는 겨울 방학에 외갓집 집에 2주간 다녀왔다. 엄마는 그 후로 아이가 너무 버릇이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평소에도 외할머니가 잠시 방문하려 오실 때면 육아에 의견이 많이 달랐다. 엄마가 안 된다고 한 물건도 할머니가 사주시고, 엄마가 아이를 야단치려고 하면 할머니가 아이 편을 들며 아이를 보호하려하였다. 이번 겨울 방학동안 할머니 집에서 지내고 온 후 아이가 말을 더 안 듣는 듯하다.

조부모와 부모는 입장이 다르다. 조부모는 아이들이 마냥 예쁘고 귀엽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며 허용적인 경우가 많다. 부모가 경험이 부족하여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른다고 느끼니 부모에게 간섭을 하고 아이 편을 들어주기도 한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에게 책임감을 더 느끼며 조부모보다는 다소 엄격하고 대한다. 또 어르신들은 양육의 새로운 트랜드를 모르신다고 생각이 들어 어른의 의견으로 존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양육에는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데 조부모님 때문에 일관성이 무너진다고 생각되어, 조부모님과 자녀 양육의 견해차로 심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와 조부모님과의 만남을 최소화 하려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부모와 조부모의 ‘경계선’에 대한 것이다. 부모들은 조부모들이 경계를 넘는 것에 거부감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부모가 자신들의 부모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고 자녀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는 것을 방해 할 때 화가 난다. 특히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간섭과 통제를 지나치게 받았던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조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부모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경험이 많든 적든, 부모로서의 자신의 소신대로 부모 역할을 할 권리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모들도 그들 나름의 양육의 철학이 있고 원칙이 있으며 이는 존중 받아 마땅하다. 예를 들어 TV는 얼마나 보게 할 지, 컴퓨터 게임을 얼마나 허용 할 지, 귀간 시간은 몇 시로 해야 할 지 등 가족의 문화와 규칙을 정해야 하는 것은 부모이고 조부모도 이런 가족의 규칙을 지켜주어야 한다.

반면, 부모들도 조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어느 정도를 자유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은 영리하여 조부모님의 규칙이 어떠하고 부모의 규칙이 어떠함을 기가 막히게 구별하여 인식한다. 조부모님이 허용하는 자유를 누리지만 부모가 설정한 규칙을 막무가내로 어기지는 않는다는 거다. 어떤 부모들은 조부모들이 지나치게 자유를 허용할 때 아이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방만해 질까봐 염려하지만 아이들은 집에 있을 때는 부모에게 통제권이 있음을 인지하고 선을 넘지는 않고, 물론 혼란스러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조부모들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운다.

부모의 불안은 아이의 혼란에 대한 걱정이기 보다 조부모가 경계를 넘는 것에 대한 부모 자신의 불안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