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정상회담의 비밀’ 프라임시간대를 겨냥한 트럼프의 기술

입력 2019-02-28 09:00 수정 2019-02-28 09:14
27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개최된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은 모두 현지시간으로 오전 9시에 시작됐다. 미국 시간으로 오후 8~9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프라임 타임’을 일부러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쇼맨십(세간의 이목을 끄는 기술)이 외교에서도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전 9시(현지시간) 일대일 양자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도 오전 9시(현지시간)에 시작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미국(워싱턴DC 기준)보다 각 12시간, 13시간 빠르다. 싱가포르 회담이 열릴 때 미국은 오후 8시였고, 이번 하노이 회담은 미국 시간으로 오후 9시에 열리게 되는 셈이다. 두 번 다 TV 시청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프라임 타임으로 맞춘 것은 우연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평가다. TV 프라임 타임은 대략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다.

백악관이 공개한 일정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8시45분 회담장인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 도착해 15분 뒤 김 위원장과 단독 회담을 시작한다. 회담은 9시45분까지 이어진다. 이후 11시55분부터는 김 위원장과 업무 오찬을 가진다. 오후 2시5분에는 공동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다.

회담이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2시40분쯤 회담장을 떠나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로 이동한다. 이어 오후 3시50분 기자회견을 한 뒤 오후 6시5분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미국 귀국길에 오른다. 김 위원장은 다음달 1~2일까지 베트남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가에서 열리는 행사가 미국 시청자들이 편한 시간에 맞춰 열리는 일은 흔하다. 올림픽의 경우 해당 종목이 인기가 높은 국가의 주 시청자가 선호하는 시간대에 경기가 편성된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알파인스키는 미국 동부 프라임 타임에 맞춰 한국시간으로 오전 10시15분에 시작했다. 반면 북미와 북유럽에서 인기 있는 아이스하키는 오후 12시부터 진행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