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첫 만찬 ‘슈퍼 심플’ 메뉴는 심플하지 않았다

입력 2019-02-28 04:00 수정 2019-02-28 04:00
YTN 화면캡처

북·미 정상의 첫 만찬 테이블에 올라온 ‘슈퍼 심플’ 메뉴는 심플하지 않았다. 당초 다섯 코스에 걸쳐 킹크랩 수프와 푸아그라·소고기 와규, 베트남식 디저트 등이 나올 것이라고 알려졌던 것에 비해서는 간소했지만 배속김치와 등심구이 등 한식과 양식의 조화에 신경을 썼다.

27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메트로폴 호텔에서 진행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저녁 만찬 메뉴는 시작 전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CNN 방송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담당 요리사들이 만찬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까지도 북·미 양쪽으로부터 메뉴를 승인받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측에서 요청한 메뉴의 핵심은 ‘슈퍼 심플(super simple·매우 간소)’이다. 만찬 메뉴가 호화롭다는 인상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중요하게도, 우리는 오늘 밤 ‘매우 큰 만찬’(a very big dinner)과 김 위원장과의 회담들을 갖는다”며 만찬 의미를 부각한 바 있다.

이날 만찬은 ‘친교 만찬’(Social dinner)인 만큼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두 정상의 첫 식사자리였던 ‘업무 오찬’(working lunch)과는 차이를 보였다. 일 얘기를 하며 밥을 먹는 업무 오찬과 달리 이날 만찬은 말 그대로 업무 얘기는 내려놓고 편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하는 자리였다.

테이블과 앉는 위치도 달라졌다. 두 정상은 이날 만찬에서 원탁 테이블에 배석자들과 함께 앉았다. 싱가포르에서 마주 보고 앉았던 것과 달리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바로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백악관은 간단한 메뉴를 요청했지만 친교를 위한 만찬인 만큼 푸짐했다. 무엇보다 싱가포르 때처럼 한식과 양식의 디테일한 조화에 신경을 썼다.

이날 전식 메뉴로는 지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도 등장했던 새우 칵테일이 나왔다. 새우 칵테일은 로메인 잎에 싸우전드아일랜드 드레싱, 아보카도 샐러드, 레몬과 허브를 내놨다.

본식은 마리네이드된 등심구이와 배속김치로 구성했다. 미국의 음식과 북한의 음식이 한 곳에 담겼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배속김치는 배의 속을 파내고 그 안에 백김치를 말아 넣은 북한 요리다.

디저트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초콜릿 케이크와 수정과가 제공됐다.

당초 미국 언론은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다섯 코스로 만찬이 준비됐다고 보도했다. 한식 보다는 회담 장소를 빌려준 베트남을 배려해 하노이 스타일의 스프링롤이나 대구를 구운 ‘짜까(chaca)’, 마늘과 야채를 빠르게 볶아낸 ‘수수(susu)’ 메뉴가 다수 눈에 띄었다.

앞서 260일전 싱가포르에서의 오찬은 한식과 양식, 중식 요리가 적절히 어우러진 화합의 오찬이었다. 당시 백악관이 공개한 두 정상의 점심 메뉴는 전식, 본식, 후식의 3코스로 준비됐다.


백악관 제공

전식으로는 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 칵테일 요리와 꿀·라임 드레싱을 뿌린 그린망고, 신선한 문어회가 제공됐다. 고기와 채소 등으로 속을 채운 전통 한식요리인 오이선도 있었다.

본식은 감자와 삶은 브로콜리를 곁들인 소갈비에 레드와인(적포도주) 소스가 함께 나왔다. 여기에 곁들일 메뉴로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 돼지고기 튀김(탕수육), 수제 XO칠리소스를 얹은 중국 양저우식 볶음밥, 한식인 대구조림이 더해졌다.

백악관은 대구조림을 생선 대구와 무, 아시아 채소를 함께 간장에 졸인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후식은 ‘미국식’으로 준비했다. 다크초콜릿 타르트 가나슈와 체리를 올린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 트로페즈 타르트가 식탁에 올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