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만찬에서 나란히 앉았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현지시간 오후 6시30분)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했다. 20분간 통역만 배석한 단독회담을 가진 뒤 만찬장으로 이동했다.
만찬은 원탁에서 이뤄졌다. 직사각형 식탁과 다르게 상석이 없는 원탁은 수평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한결 가까워진 북·미 정상의 거리감이 식탁의 모양에서 재현됐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 1명의 어깨너비 정도로 간격을 두고 나란히 앉았다.
북·미 정상의 만찬은 처음이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열린 1차 회담은 하루짜리 일정이었다. 만찬을 대신해 오찬을 함께했다. 당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긴 직사각형 식탁에 마주 보고 따로 앉았다. 8개월 만의 재회에서 나란히 앉아 식사하는 사이가 됐다.
두 정상과 만찬을 함께 나눈 양측 3명씩의 배석자도 원탁에 둘러앉았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으로 통역사,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순으로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왼쪽으로는 통역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순으로 앉았다. 양측 통역사를 제외하면 3대 3 만찬이 진행됐다.
당초 김 위원장과 동행할 가능성이 거론됐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만찬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비서실장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6일 새벽 중국 난닝역에서 재떨이를 들고 김 위원장의 꽁초를 받은 ‘그림자 수행’으로 주목을 끌었다.
김 제1부부장을 뺀 북한의 만찬 배석자 구성은 격식이나 친교보다 실무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던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자다. 리 외무상은 북한의 외교부 장관 격으로 대미 외교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