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새로운 집단이기주의” 대통령 정책위 보고서 논란

입력 2019-02-27 17:15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요인을 분석한 보고서에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이라고 적었다. 정책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 자문기관이다.

한겨레 27일 보도에 따르면 정책위의 이번 현안보고서는 20대 남성의 국정지지율 하락요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이들은 젠더갈등 등 다방면을 살피면서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는 20대 남성층 지지율 하락요인으로 페미니즘 운동과 성평등 정책을 꼽았다. 보고서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직후 20대 남성의 국정지지율은 87%에 달했으나 지난해 6월 혜화역 규탄시위 이후 급하락 추세로 반전. 특히 지지율 하락 요인을 정부의 젠더갈등 관리 미흡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부정담론이 크게 확산’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20대 남성이 대북 이슈 등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 정책 기조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것으로 해석 가능’ ‘남녀갈등을 과잉 일반화하는 수준을 넘어 친여성주의 편향, 공정성 논란 등 정부정책의 성격·역량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확대’라고 적었다.

20대 남성이 갖고 있는 젠더 갈등이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차별 해소 정책으로 어느 한 쪽 성별이 편익을 취한다는 관점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역차별을 짚기도 했다. 20대 남성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역차별 및 박탈감 요인이 성별 할당제, 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부정책에 기인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봤다. 따라서 여당 내부의 일부 정치인들이 여성편향적 정책 행보, 이수역 폭행사건 등 일련의 남성혐오 문화 확산 등은 정부 정책에 대한 20대 남성의 불신 및 지지 철회를 촉발한다고 분석했다.

20대 남성의 특성에 대해서는 ‘보편적 인권이나 연대의 가치 보다는 개인의 인권(생존권)을 더 중시함으로써 외국인 노동자, 난민, 북한문제 등에 대해 적대적, 비판적 인식을 취함. 심지어 기간제 교사,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것으로 인식하는 등 사회적 배려심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임’이라고 명시했다.

특히 경제적으로 결핍한 20대 남성층에 집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미래 개척을 위해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법과 원칙의 공정한 적용’이라고 간주했으나, 현 정부가 20대 여성에 유리하게 법과 사회제도를 관리한다고 인식해 상대적 박탈감을 정치적 지지 철회로 표현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20대 여성은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한 반면, 20대 남성은 경제적 생존권과 실리주의를 우선시하면서 정치적 유동성이 강한 실용주의 집단으로 변화한 것으로 결론냈다. 또 혜화역 집회와 같이 이미 정치세력화된 여성집단에 비해 정부, 여당 어디에서도 20대 남성의 이익이나 입장을 대변할 정치적 우군이 없다는 현실 인식이 팽배한 것으로 봤다.

이들이 내놓은 해결책 중 하나는 페미니즘 관련 편향적 교육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교육은 한쪽에 치우쳐 있다고 결론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페미니즘 교육을 남성과 여성을 대립시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한 쪽은 가해자, 다른 쪽은 피해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난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밖에 ‘여성문제를 언급할 때 할당제 등으로 역차별을 당하는 남성들의 입장을 헤아려 신중하고도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도록 지침 설정 필요’ ‘여성문제 및 성평등 관련 발언이나 정책 수립과정에서 정부·여당 인사들이 보다 신중하고 분별있는 태도를 폭넓게 공유할 수 있도록 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특별한 메시지 필요’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