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27일 시작된 북·미 정상회담을 두고 대북 매파(강경파)로 구성된 미국 정부 안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미 보수매체 폭스뉴스는 앞서 실무협상을 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너무 앞서 나간다(getting too far over his skis)”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미 현지 관료들을 인용해 26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폭스뉴스는 특히나 미 관료들이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협상불가’ 사안이었던 비핵화 여부가 자칫 부분 양보가 가능한 것으로 바뀔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미 백악관과 국무·국방·재무, 에너지부 관료들 다수를 인용해 이들 사이에 “그저 거래를 위한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 “공짜로 뭔가를 내줘선 안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4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 회담 성과에 대해 “진전이 없을 수도 있다”며 미리 기대치를 낮춘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협상테이블에 앉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역시 하노이에 가기 전인 지난 19일 “서두를 것 없다”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대북 경제제재 추가완화를 하고도 정작 북한에게는 매우 제한적인 비핵화 조치밖에 얻어내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이 나왔다.
비건 대표는 앞서 지난달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단계적인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듯한 발언을 해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를 주장하는 미 정부 매파를 분노시킨 바 있다. 당시 비건 대표는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corresponding measures)를 취함에 따라 김 위원장이 북한의 플로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에 그에 부합되는 단계를 밟았다”면서 “이 같은 조치가 내가 북한 협상단과 다음 만남 때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전 비핵화로 가는 중간 단계란 의미였지만 ‘단계적 조치’를 거부하는 매파 관료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한편 미 정부 내 대표적 강경 매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번 회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기존의 관측을 깨고 미 대표단과 함께 하노이에 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볼턴 보좌관은 27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과 북한 당국자들을 만나러 하노이에 있어 기쁘다”며 “이틀 동안 논의할 게 산적해있다”고 했다. 볼턴은 단계적 비핵화 대신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라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해왔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