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배석자’ 2명, 트럼프 통역 이연향, 김정은 통역 신혜영

입력 2019-02-27 16:48 수정 2019-02-27 20:27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통역을 맡은 김주성(왼쪽 위에서 두 번째) 통역관과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오른쪽 위에서 두 번째)이 확대회담에서 통역을 하고 있다. 노동신문 뉴시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각 정상의 말은 통역관을 통해 상대 정상에게 전달된다. 정상의 말을 가장 가깝게 듣고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이들의 일이다. 단독정상회담의 경우 이들이 최후의 배석자이자 유일한 전달자인 만큼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주는 무게가 적지 않다.

27일(현지시간) 오후 6시30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에서 시작되는 두 정상의 첫 만남부터 통역관들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을 맡았던 이연향 국무부 통역국장이 그대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국장은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어 통역을 맡고 있다.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3명을 마중 나왔을 때도 모습을 나타냈다.

과거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국장은 아이 둘의 어머니였던 1989년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한 후 통역관의 길을 걷게 됐다. 연세대 성악과를 나왔지만 결혼 후 늦깎이로 다시 학업을 시작했다. 미국 몬트레이 대학교,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다. 미국 행정부 인사들의 통역을 담당하다 국무부에 정식 채용돼 한국과 미국의 굵직굵직한 행사 때마다 얼굴을 내비쳤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에서도 한국어 통역을 담당했다.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사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까운 자리에 위치했다. 타임은 지난해 6월 이 국장의 국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를 인용해 “이 국장은 뉘앙스를 알아차리는 데 탁월하다”며 “미국 정부의 메시지가 정확하게 전달될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고 보도했다.

북한 측 통역사는 지난해 1차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김주성 ‘1호 통역’ 대신 여성 통역관이 나선다. 이날 백악관이 발표한 만찬의 북한 통역자는 신혜영으로 표기돼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쓴 ‘3층 서기실의 암호’에는 김주성 통역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역을 전담하는 당 국제부 8과 부원으로 소개돼있다.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평양외국어대 영어학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동시통역연구소를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통역하는 김주성(왼쪽) 통역관. 뉴시스

김 통역관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미국 워싱턴 방문에도 동행하는 등 북·미 간 고위급 대화에 자주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때는 여성 통역관이 김 위원장의 옆자리에 위치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만찬 통역으로 이름을 올린 신혜영 통역관이 당시 여성 통역관과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했을 당시 여성 통역관(오른쪽)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역을 담당했다. 뉴시스

북한에선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급 통역관의 경우 고위급으로 승진하는 사례도 있다. 이번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동행한 김성남 노동당 제1부부장의 경우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어 전담 통역관 출신이다. 김 부부장은 중국 유학파 출신으로 80년대부터 노동당 국제부에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