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첼시 선수단의 출신국은 다양하다. 프리미어리그 소속이지만 정작 잉글랜드 출신 선수는 많지 않다. 2018-2019 프리미어리그 로스터에 등록된 25명의 1군 선수 중 자국 출신 선수들은 6명으로 30%도 채 되지 않는다. 로버트 그린, 게리 케이힐, 대니 드링크워터, 로스 바클리, 칼럼 허더슨 오도이, 루벤 로프터스 치크가 그들이다.
이중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에게 첫 옵션으로 중용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모두 철저히 백업 요원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그린은 케파 아리사발라가와 윌리 카바예로에 이은 제3옵션 골키퍼로 경기에 나설 일이 없다. 잉글랜드 구단에서 잉글랜드 선수가 단 한 명도 뛰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셈이다.
나머지 선수들의 국적은 모두 다양하다. 에당 아자르(벨기에) 케파(스페인) 은골로 캉테(프랑스) 윌리안(브라질) 안토니오 뤼디거(독일) 곤살로 이과인(아르헨티나)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덴마크) 마테오 코바시치(크로아티아) 등 잉글랜드를 포함해 유럽과 남미를 아울러 10개 출신 국가 선수들이 한 팀에서 뛰고 있다.
첼시 선수들 사이에서 내분이 끊이질 않는 이유로 이런 점이 지적되고 있다. 선수단을 아우를만한 자국 출신 주장이 없다. 잉글랜드 출신인 케이힐이 2012년 볼턴 윈더러스를 떠나 첼시로 이적해 온 후 6년 넘게 첼시의 후방을 지키며 공식적인 주장 완장을 차고 있으나 실질적인 주장은 스페인 출신의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다. 사리 감독이 케이힐을 완전히 후보자원으로 분류하며 전력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출신국의 선수들이 모이다 보니 입김이 세지는 ‘집단’도 생겼다. 바로 스페인 선수들이다. 주장 아스필리쿠에타를 비롯해 마르코스 알론소, 페드로 로드리게스, 케파가 끈끈한 결속력을 맺고 있다. 이들 모두 사리 감독에게 핵심 전력으로 기용되는 선수들인 만큼 그라운드 안팎에서 힘을 모았다는 얘기다.
첼시의 내부 분열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맨체스터 시티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풋볼리그컵 카라바오컵 결승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장 승부차기까지 이어진 130여 분의 혈투 끝에 아쉽게 패한 후 모든 비난의 화살이 골키퍼 케파에게 향했다. 그가 사리 감독의 교체 지시를 거부하는 초유의 항명사태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아스필리쿠에타는 흐트러진 선수단 분위기를 다독이며 현명하게 대처해야 했지만, 상황을 방관했다. 한 현지 매체는 스페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단 분위기가 흐트러져 사리 감독이 힘을 쓰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첼시 지휘봉을 잡았던 사령탑들 대부분이 라커룸 장악에 어려움을 겪으며 선수단과 충돌했다. 선수단 입김이 감독 권위를 앞지른 팀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첼시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 역시 27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6위에 머무르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사리 감독은 전임 감독인 주제 무리뉴와 안토니오 콘테와 마찬가지로 경질 위기에 놓였다. 매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라커룸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