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초고도비만의 체형을 가졌다.
키는 170㎝ 이하로 가늠된다. 남북 정상회담 때 나란히 선 문재인 대통령(172㎝)보다 조금 작았다. 국가정보원이 2016년 파악해 국회 정보위원회로 보고한 김 위원장의 체중은 130㎏이었다. 이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의 체질량지수(BMI)는 44.9 이상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높은 3단계(BMI 40.0 이상)의 비만, 즉 초고도비만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의 과거는 달랐다. 청소년 시절만 해도 날씬했다. 북한에서 권력을 세습할 ‘후계자’로 처음 지목된 2009년 9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공개된 16세 스위스 유학생 시절 김 위원장의 사진을 보면 얼굴은 갸름했고 목과 턱의 윤곽이 뚜렷했다. 군살도 없었다. 1984년생인 김 위원장의 현재 나이는 만 35세, 한국식 나이로 36세다.
하지만 2010년 9월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함께 공식석상에 나타난 김 위원장의 체형은 달랐다. 얼굴에 살이 붙어 턱살까지 생겼다. 청소년기와 달랐다. 비만의 체형을 지도자의 풍채로 여기는 북한 정서상 비대한 몸집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지도력을 높이기 위해 조부 김일성 전 주석과 같은 체형을 만들었다는 관측도 있었다.
김정일 전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는 그해 10월 도쿄 메이지대 강연회에서 “김정은이 어렸을 때보다 얼굴에 살이 많이 붙었다. 부친으로부터 ‘많이 먹고 관록을 붙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부친이 사망했던 2011년 12월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돼 북한 최고 권력자가 됐다. 당시만 해도 체중은 90㎏ 안팎으로 추정됐다. 지금과 같은 초고도비만 수준은 아니었다. 조부나 부친의 생전 체형과 비교하면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2012년 6월 6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 소년단 창립 66주년 연합단체대회를 보도한 조선중앙TV 영상을 보면, 김 위원장은 지금보다 살이 덜 붙었고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김 위원장의 몸집은 5년 전부터 비대해졌다. 이 탓에 건강 이상설도 불거졌다. 대북 인터넷매체 자유북한방송은 2014년 5월 평양 봉화산 진료소 안팎의 소문을 종합해 “김 위원장이 불안증세로 폭식하고 우울증으로 안면마비를 앓았다. 체중이 120㎏까지 늘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그해 10월을 전후로 한 달 넘게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인 최고인민회의에도 불참했다. 건강 이상설이 사망설, 쿠데타설로 확산됐던 시기다. 모두 사실무근이었다. 다만 뒤늦게 등장한 김 위원장은 지팡이를 짚었다. 국정원은 발목 낭종 수술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국정원이 2016년 7월 국회 정보위에 보고한 김 위원장의 체중은 130㎏이었다. 국정원은 당시 “김 위원장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폭음·폭식으로 성인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 2012년까지 90㎏이었던 체중이 이제 130㎏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김 위원장의 체형은 그 이후로 큰 폭의 변화가 없었다. 말할 때 호흡이 탁하고, 걸을 때 절뚝거리고, 앉을 때 손으로 무릎을 짚어 상반신을 지탱하는 김 위원장의 불안정한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낭독한 ‘판문점 선언’이 길어지자 거친 호흡을 몰아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는 지난해 9월 20일 남북 정상 내외의 백두산 천지 등반 과정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차량에서 내려 10여분을 걸은 산책만으로 가파르게 숨을 내쉬며 문 대통령에게 “숨 차 안 하십니까(숨이 차지 않으십니까)”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네, 이 정도는 뭐…”라고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는 “얄미우십니다”라고 농담으로 받아치며 함께 미소를 지었다. 이때 다소 굳어 있는 김 위원장의 표정이 문 대통령과 동행한 한국 측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발 특별열차를 타고 지난 26일 베트남 당동역에서 내린 김 위원장의 체형은 6년째 그대로였다. 다만 문 대통령과 평양에서 만났던 5개월 전보다 한결 넉넉해진 인민복, 붓기가 빠진 얼굴을 보면 소폭의 신체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