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아닌 야구도 이호준처럼’ 화려함 대신 꾸준함이 만든 역대급 기록

입력 2019-02-27 15:43

야구팬들 사이에선 ‘투수는 선동열, 타자는 이승엽, 야구는 이종범,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그러나 이 말은 살짝 틀렸다. 이호준(43)의 기록은 역대급이다. 물론 한해씩 떼놓고 보면 화려하지 않지만, 통산 기록은 레전드 수준이다.

이호준은 1994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당시는 투수였다. 입단 첫해 8게임에 나와 12.1이닝을 던졌다.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0.22를 기록했다.

타자로 전향한 뒤 1996년부터 1군에서 뛰었다. 해태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 NC 다이노스를 거치면서 3할 타율을 기록한 시즌은 3번뿐이다. 100타점 또한 세 번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100득점을 기록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2003년 36홈런, 2004년 30홈런 등 30홈런 이상도 두 차례뿐이다. SK 소속이던 2004년 기록한 139안타가 개인 최다 기록이다. 개인 타이틀도 2004년 112타점으로 타점왕을 한 차례 차지한 게 전부다. 골든글러브는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통산 기록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53경기를 뛰었다. 역대 9위 기록이다. 337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4위 홈런 기록이다. 이호준을 앞선 선수는 삼성 이승엽과 양준혁, 한화 장종훈밖에 없다. 1265타점도 역대 4위에 해당한다. 1880안타가 다소 부족해 보이긴 한다.

한마디로 이승엽과 양준혁처럼 화려하지 않았지만 24년 동안 꾸준히 채워온 값진 기록들이다. 과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됐지만, 야구계를 떠나지 않았다. 우승 반지도 3개나 된다. 2016년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2017년 시즌을 끝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코치 수업을 받은 뒤 올 시즌 NC 다이노스 타격코치로 복귀했다. 꼴찌까지 추락한 팀을 바로 세우기 위해 이호준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사실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란 말은 처음에는 좋지 않은 의미였다. 그러나 이호준은 이를 긍정적인 의미를 바꿔놓은 선수다. 야구를 이호준처럼만 한다면 장수가 가능하다. KBO리그 코치 1년 차 이호준의 인생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