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메이 총리 “브렉시트 연기 가능” 첫 공식 언급…파운드화 급등

입력 2019-02-27 13:19 수정 2019-02-27 13:50
출처 영국 일간 가디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에 대해 “연기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온 테리사 메이 총리가 한발 뒤로 물러났다. 메이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EU와의 브렉시트 재협상 진행 상황을 설명하며 연기 가능성을 공식 발표했다.

영국 더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26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처음으로 브렉시트 연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다음 달 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협상안이 14일까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6월 말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를 방지하려면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이 총리는 이어 “가능하다면 브렉시트가 연기되지 않길 바란다”며 “브렉시트 시점 연기는 단 한 번, 제한된 짧은 기간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15일 첫 번째 의회 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큰 표차로 부결됐고, 메이 총리는 이후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재협상하고 있다.

또, 다음 달 12일까지 브렉시트 두 번째 승인투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도 부결될 경우 다음 날인 13일 하원에 노딜 브렉시트 승인 여부를 묻는 결의안을 제출해 투표할 예정이다.

노딜 브렉시트는 ‘EU와 합의 없는 탈퇴’를 말한다. 노딜 브렉시트가 단행되면 식품과 의약품 등 핵심적인 물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 가디언은 메이 내각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노딜 브렉시트가 통과되면 영국 국내 총생산(GDP)이 8% 하락하고 실업률이 7.5% 증가할 뿐 아니라, 경제성장률 역시 장기적으로 6.3~9% 감소하는 등의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메이 총리의 연설로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는 1.3254달러까지 치솟으며 작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메이 총리의 발언이 공개된 후 노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완화된 여파다.

EU 측은 브렉시트 연기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영국 주요 외신 등에 “2~3개월 정도의 연기는 복잡한 문제가 아니다. 영국이 시한을 연기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