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김여정이라는 ‘극한직업’…펜·친서·재떨이까지 고개 돌리면 ‘그녀’

입력 2019-02-27 04:0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뉴시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밀착 보좌’가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베트남에서도 돋보였다. 아직 본격적인 회담에 돌입하기 전인데도 김 부부장의 세심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일정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동생이 아닌 비서실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열린 1~3차 남·북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다. 하이힐을 신고 회담장 곳곳을 누비는 모습이 국내 네티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북한 ‘실세’로 통하는 그는 김 위원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던 지난해 2월에는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때는 매번 북측 수행단 명단에 포함됐다.

66시간의 ‘열차 행군’, 오빠 곁 지킨 김여정

김 위원장이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한 26일 오전 8시13분(이하 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0시13분),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 부부장이었다. 북측 열차가 김 위원장의 하차 위치를 조정하는 동안 김 부부장이 바깥 상황을 점검했다. 오전 8시22분.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나왔다. 베트남 환영단이 꽃다발을 건네자 김 위원장은 고개를 돌려 김 부부장을 찾았다. 어느새 김 위원장 뒤에 서 있던 김 부부장이 꽃을 대신 받았다. 두 사람의 행동은 꽤 익숙해 보였다.

베트남 동당역에 26일 오전 도착한 김 위원장과 김 부부장. SBS

베트남 환영단이 건넨 꽃다발을 김 위원장이 김 부부장에게 건네고 있다. SBS

김 위원장은 지난 23일 오후 4시30분쯤 평양역에서 전용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는 중국 광동성의 광저우를 거치지 않는 최단 경로를 이용해 베트남 접경지역까지 쉴 새 없이 달렸다. 그래도 3박4일이 소요됐다. 최신 통신설비, 방탄 기능 등이 탑재돼 ‘움직이는 집무실’로 불리는 열차이긴 하지만 고단한 여정이었을 테다.

이 기간에도 김 부부장의 ‘그림자 수행’은 빛을 발한 듯하다. 일본 TBS 방송이 공개한 영상에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영상 배경은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난닝시의 한 기차역. 어둑한 시각 북측 인사들이 열차 밖에서 휴식하는 동안 찍혔다. 애연가로 알려진 김 위원장은 담배를 태웠고, 김 부부장 양손에는 재떨이가 들려있었다. 김 부부장은 쉴 때도 비서 역할에 충실했다.

일본 TBS

회담장 종횡무진…“남쪽에서 스타가 됐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국내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지난해 2월 북측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남측 땅을 처음 밟은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견 자리에서 자신을 김 위원장의 특사라고 밝혔다. 파란색 서류철에 담긴 김 위원장의 친서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난 지난해 4월 1차 정상회담 때도 김 부부장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회담 일정마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기 전 미리 정해진 장소에 도착해 수시로 상황을 점검한 것은 물론 곳곳을 다니며 의전을 직접 챙겼다. 김 위원장이 판문점 방명록을 작성하려고 의자에 앉자 미리 준비한 펜을 건네는 모습은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이날 문 대통령은 김 부부장에게 “남쪽에서 스타가 됐다”고 말했다.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4월 김 부부장이 판문점 방명록을 작성하려는 김 위원장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JTBC

평양에서 성사된 지난해 9월 3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김 부부장의 역할이 더욱 도드라졌다. 문 대통령 부부가 공군 1호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기 전 현장에 있던 남측 취재진 카메라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김 부부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김 부부장은 굽 높은 구두를 신고도 공항을 누비며 의장대와 군악대에 직접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비행기에서 내리자 즉시 달려가 악수를 건넸고, 의장대 사열 위치를 헷갈려하는 문 대통령을 가장 먼저 챙긴 것도 김 부부장이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해 9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 부부장이 문 대통령의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