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공장 패스한 김정은 위원장… 대신 LG전자 갈까

입력 2019-02-26 18:12 수정 2019-02-26 18:38
21일 박닌성 옌퐁공단의 삼성전자 공장. 북미 2차 정상회담 의전·경호 준비를 위해 지난 16일께 베트남에 들어온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이 공단 인근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 있는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면서 66시간의 열차 이동을 끝냈을 때만 해도 박닌성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을 들를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동당역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하노이까지 170㎞ 거리 중간에 박닌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예상과 달리 하노이로 직행해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들어갔다. 이에 김 위원장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일정으로 박닌성의 삼성전자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축구장 400여개 면적에 달하는 삼성전자 공장은 베트남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박닌성 엔퐁에 있는 삼성 베트남 공장을 방문하는 것은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사 가능성을 두고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일단 김 위원장이 장시간 열차로 이동해 피로가 쌓인 데다 주석궁 인근에 자리한 호찌민묘지 참배 등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이번 북미정상회담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베트남 정부가 자국 수출의 4분의 1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부담을 느끼는 만큼 북측이 이를 배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경기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제를 안내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에 있었던 점도 김 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이 낮다는 걸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이 부회장은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모하메드 UAE 왕세자를 만나 공장을 직접 안내했다.
삼성전자 측은 “현지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한 공식 요청은 없었으며, 방문할 조짐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27일부터 열리는 이틀간의 북미 정상회담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들를 수 있다. 베트남은 하노이에서 동당역까지 가는 1번 도로를 다음달 2일까지 통제한다.
베트남 현지 외교소식통도 지난 25일 “북측이 베트남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며 “방문 시점은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후인 3월 초로,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급 공식방문 일정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삼성전자 공장 대신 하이퐁에 있는 LG전자 공장을 찾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LG전자 베트남 공장이 있는 하이퐁까지는 117㎞다. 차량통제가 있을 경우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베트남 북부의 대표적 관광지인 하롱베이로 가는 길 중간에 있다. 하롱베이는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1958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방문한 지역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