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중국과 베트남 국경에 있는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하면서 66시간의 열차 이동을 끝냈을 때만 해도 박닌성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을 들를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동당역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하노이까지 170㎞ 거리 중간에 박닌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예상과 달리 하노이로 직행해 숙소인 멜리아 호텔로 들어갔다. 이에 김 위원장이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일정으로 박닌성의 삼성전자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축구장 400여개 면적에 달하는 삼성전자 공장은 베트남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박닌성 엔퐁에 있는 삼성 베트남 공장을 방문하는 것은 개혁개방과 경제발전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그러나 성사 가능성을 두고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일단 김 위원장이 장시간 열차로 이동해 피로가 쌓인 데다 주석궁 인근에 자리한 호찌민묘지 참배 등 일정을 수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봤다.
또 이번 북미정상회담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베트남 정부가 자국 수출의 4분의 1을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부담을 느끼는 만큼 북측이 이를 배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에 있었던 점도 김 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이 낮다는 걸 우회적으로 보여줬다. 이 부회장은 경기도 화성 공장에서 모하메드 UAE 왕세자를 만나 공장을 직접 안내했다.
삼성전자 측은 “현지 공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한 공식 요청은 없었으며, 방문할 조짐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27일부터 열리는 이틀간의 북미 정상회담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들를 수 있다. 베트남은 하노이에서 동당역까지 가는 1번 도로를 다음달 2일까지 통제한다.
베트남 현지 외교소식통도 지난 25일 “북측이 베트남의 삼성전자 스마트폰 공장 방문을 희망하고 있다”며 “방문 시점은 북미정상회담을 마친 후인 3월 초로,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급 공식방문 일정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삼성전자 공장 대신 하이퐁에 있는 LG전자 공장을 찾을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숙소인 멜리아 호텔에서 LG전자 베트남 공장이 있는 하이퐁까지는 117㎞다. 차량통제가 있을 경우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베트남 북부의 대표적 관광지인 하롱베이로 가는 길 중간에 있다. 하롱베이는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1958년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방문한 지역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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